위기 초래 장본인이 인수나서…창명해운 M&A '모럴 해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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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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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상선 제공]


창명해운 인수합병(M&A)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가운데 '모럴 해저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영업 실적이 거의 없는 한 대부업체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자금 조달 능력에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부업체의 현 소유주가 창명해운을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는 게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해운업 호황' 덕분에 M&A 관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높은 업황 변동성과 국가 주요 산업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대부업체가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9일 삼일회계법인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NH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창명해운의 주식 12만1488주(지분율 16.5%)와 대출채권(751억원)의 매각에 관한 본입찰을 진행한다.

유력 인수 후보로 알려진 알레스구테대부(구 알레스쿠페대부)에는 현재 창명해운의 7대 주주이자 임원인 이종하씨가 2005년부터 재직하고 있다. 이종하씨는 이경제 창명해운 대표의 장남이다. 이 대표는 과거 창명해운의 최대주주였지만 경영 실패로 지난 2016년 회생 절차 진행을 거쳐 지배력을 상실했다. 이후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당시 회생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이번에 알레스구테대부가 NH농협은행의 지분을 다시 인수한다면 이경제 대표 일가는 5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지배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해운업계에서 모럴 해저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수 주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있다. 알레스구테대부의 대표이사가 확실치 않고, 영업활동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대부업체 뛰어든 창명해운 인수전…산업 논리 무시한 졸속 매각 우려) 알레스구테대부의 재무 여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지극히 사적 계약이기에 매각주체와 매각주간사에 깐깐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창명해운 M&A는 다르다.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다 보니 파산에 이르더라도 국가 자금 혹은 그와 유사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HMM(구 현대상선)이다. 4조50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지만 산업은행은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HMM을 유지했다. 창명해운도 NH농협,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면서 자금을 투입했다.

자금 증빙 측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수자의 파산 경력 등도 고려해야하지만, 이번 M&A는 자금조달 절차가 부실했다. 아주경제 취재 결과 창명해운 M&A는 인수자금의 구체적인 자금조달증빙을 제시하는 대신 자금조달계획만 제시토록 되어있다. 향후 해운업황 악화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은 레버리지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큰 폭의 흑자를 내거나 혹은 큰 폭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적자가 클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은 필수적이다. 또다시 국민 혈세가 투입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재무 여력이 없는 인수자가 떠맡는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창명해운의 다른 주주와 채권자 및 회사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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