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인플레 논쟁] ②바이든플레이션, 길어야 1년...유가·임대료는 '장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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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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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플레이션이 노동자 임금 수준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여지를 줄이고 있다."(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세입위원회 의원 성명)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물가 급등세를 놓고 금융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시적 급등 상황이라는 진단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장기 변수로서 주택 임대료와 국제 유가가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 CPI(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 제외)가 각각 전년 대비 5.4%와 4.5%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각각 5%, 3.8%)를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각각 2008년 8월 이후 12년 11개월, 1991년 9월 이후 29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위)와 근원 CPI(아래) 등락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바이든플레이션은 길어야 1년....지금이 급등세 정점"

다만, 경제계는 5.4%라는 수치에도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헤더 부셰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물가가 올랐지만, 그 아래 숨은 내용을 잘 봐야 한다"면서 "중고차, 신차, 자동차 부품, 렌트카 등 자동차 관련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분의 6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의 공동 운영자인 제이미 콕스 역시 CNBC에서 "6월 CPI 상승분의 3분의1이 중고차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BLS의 세부 통계를 보면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인 부문은 에너지와 자동차 관련 시장에 국한해있다.

6월 미국의 에너지 시장 가격은 전년 대비 24.5%, 전월 대비 1.5% 상승했는데, 가솔린 연료 45.1%와 석유 44.5%(2.9%) 등 연료 제품(44.2%, 2.5%)이 상승분에 기여했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신차 가격은 전년 대비 5.3%(2%) 오른 반면, 중고차 가격은 무려 45.2%(10.5%)나 폭등했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비용도 10.4%(1.5%) 상승했는데, 여행(지역 간 이동) 재개 정책으로 비행기 탑승 수요가 늘어난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지난 4월 당시 기록했던 전월 대비 2.9% 급등세와 비교한다면 일부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지난달 물가 급등세가 인플레이션의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상승할 가능성은 없지만, 당분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강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역시 2명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기간이 '1년'가량을 의미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였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관료들은 물가 상승 상황이 1년을 넘어 2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향후 10년 동안 인플레이션 평균 전망치는 2.3% 이내라고 NYT는 덧붙였다. 향후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2% 미만' 수준에서 약간 높아진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세부 통계.[자료= 미국 노동통계국(BLS)]

◇유가·임대료 등 곳곳 암초....성장 둔화 겹친다면 최악의 상황
오히려 NYT는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이어지는 상황보다 성장 둔화세가 겹치는 상황을 더욱 우려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비롯해 미국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노동자 임금이 물가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지표 압력에 무게를 둔 연준이 조기에 경제 지원 행보를 철회하는 것이다.

NYT는 이럴 경우 미국의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직면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경우)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의 선임 편집자인 존 아서스 역시 사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시장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경제 전문가들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PNC파이낸셜의 거스 포처 수석 경제학자 역시 로이터에서 "가장 큰 우려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물가상승 심리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970년대 당시의 장기 인플레이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장기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한편,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향후 장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각각 임대료와 국제 유가를 꼽았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로이터에서 "몇 달 안에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정상화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미국 정부의 퇴거 제한 조치가 종료할 경우, 주택 부족에 따른 임대료 상승세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가는 최근 다소 변동을 보이기는 했지만, 공급 부족이 우려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최근 3주 연속 급감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원유와 플라스틱 등 석유 화학 제품 소비량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산업계도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 활동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증산 합의가 불발하면서 원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국제 유가에 대한 상승 압박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양대 기준 유가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75달러의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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