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없는 삼성, ‘TSMC에 밀려 명함도 못 내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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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7-0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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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TSMC,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 투자 계획

  • 인텔도 獨 등 투자 잇달아…수주 위한 투자 시급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 등으로 미국에서 세부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이 곤두박질칠 위기다.

지난 5월 21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약 20조원(약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계획을 공언했을 당시,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역시 삼성이 한방이 있다’라는 반응이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TSMC에 버금가는 투자로 반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삼성전자의 침묵이 길어지자, 업계의 기대는 다시 실망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착공에 들어간 평택캠퍼스 3라인(P3)에 파운드리 설비도 얼마나 갖춰질지 미지수다.

 

삼성전자 TSMC [사진=아주경제DB]


반면 TMSC, 인텔 등의 경쟁사 투자 시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TSMC는 이미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최근 착공해 5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추가로 250억 달러(약 28조원)를 투자해 최대 5개 공장을 건설할 방침도 정했다. TSMC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연구 거점에 370억 엔(약 37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지난달 11일에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갈수록 전 세계 파운드리 수요는 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좀처럼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로 1위, 삼성전자는 18%로 2위다. TSMC의 점유율이 2년간 8.9%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기업인 인텔의 투자도 숨 가쁘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미국 애리조나에 2개의 팹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독일 등 유럽에서도 생산 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4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도 최근 총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늦어지면 질수록 글로벌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첨단 반도체 설비는 완공되기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더욱 빠르고 신속한 투자를 통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수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발빠른 투자를 통해 TSMC 대비 저조한 공정 수율과 패키지 기술력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시설 투자가 선행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산업”이라며 “파운드리는 특히 고객사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지고 투자 계획 불확실성이 커지면 앞으로 삼성전자는 TSMC에 밀려 명함도 못 내밀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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