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 국민청원에 3년 전 경고글까지…직원들 잇단 폭로

이보미 기자입력 : 2021-06-23 06:00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쿠팡 청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사내 노동환경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쿠팡 직원들의 잇단 폭로 글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전날 게시판에는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쿠팡 화재 사고가 명백히 인재(人災)였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지난 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했는데 5시 10~15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쿠팡에서 첫 근무를 할 때도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쿠팡 관계자는 "오작동이니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하라"고 답했고, 이후로도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날도 처음에는 다른 날과 같이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 인식하고 오전 5시 26분쯤 1층 심야조 노동 진군들 퇴근 체크를 모두 하고 1층 입구로 향하는데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아래서 이미 가득 찬 연기를 목격하게 됐다"며 "계속되는 화재 경보로 인해 센터 셔터가 차단되고 있는 것을 함께 목격한 심야조 동료분들은 진짜 불이다 불이 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풀어놨다.
 
또 입구로 가는 길에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몇 번이고 진짜 불이 났다고 외쳤다"며 "휴대폰이 있었다면 빠른 신고부터 했을 것이라는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 또한 사실"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무전기도 있고 휴대폰도 소지할 수 있는 물류센터 보안팀 관계자인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지만,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며 불난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연기가 심하다는데 확인도 안 해보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고 하냐', '안에 일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확인해 달라' 등의 요청을 했지만, 보안요원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들은 척도 안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또 다른 관계자를 찾아 화재 사실을 알렸지만, 다른 관계자 역시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된다'며 웃는 모습에 분해서 다시 한번 요청했다"며 "그러나 마치 내가 정신 이상자인 것처럼 대하며 끝까지 웃기만 하면서 제보를 묵살해 버렸다"고 했다.
 
청원인은 "'관리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휴대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켜고 신고를 했더라면 이렇게 참사까지 불러온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는 3년 전에도 담뱃불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있었지만, 이후 개선된 게 전혀 없어 이번 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에 사건 관련 처벌 대상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소방 대장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22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6700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3년 전 쿠팡 덕평물류센터 아르바이트생이 올린 경고 글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2월 17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팡 덕평물류센터'라는 글이다.
 
당시 쿠팡 물류센터로 하루 단기알바를 하러 나갔다가 3층 입고 쪽에서 일했다는 글쓴이는 이 글에 "4시 50분께 갑자기 연기가 심하게 들어오기 시작했고, 안내 방송이나 직원들의 별다른 안내도 없어 불안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과 모두 바깥으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알고 보니 3층 안쪽에서 담배로 인한 불이 났지만, 당시 현장 관계자들이 근로자에게 '근무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면 안 된다'며 '제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는 "결국 근로자들은 연기가 자욱한 센터 내부에서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고 썼다.
 
이어 "담당자를 찾아가 불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담당자로부터 '조퇴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불이) 크게 번질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또 휴대전화를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리자들이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과 최소한의 안전도 지키지 않은 모습에 황당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글을 마쳤다.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불은 화재 6일 만인 22일 완전히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내주 중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감식을 통해 화재경위를 밝히고 이를 통해 이번 화재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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