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떼어낸 구광모, ‘뉴 LG’ 키워드는 1995년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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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6-1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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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키금성→LG로 바꾼 지 26년…LG폰 철수 용단, LX와도 계열 분리

  • 오는 29일 회장 취임 만 3주년…LG 심벌 바꾸며 ‘구광모 색 입히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작은 아버지 구본준 LX 회장과 작별한 이후 ‘뉴 LG’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도 LX를 새롭게 태동하고 신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구 회장 역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돌입한 셈이다.

16일 LG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1995년 구 회장의 조부인 구자경 회장이 그룹 사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변화를 꾀한 지 26주년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이면 구 회장은 그룹 총수 취임 만 3주년을 맞는다. 지난 3년간 그룹의 면면을 살뜰히 파악한 구 회장이 올해부터 ‘구광모 색깔’ 입히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제공]


◆취임 3주년 맞아, LG 심벌마크 26년 만에 첫 변화 꾀해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3주년’을 맞은 구 회장은 LG의 이름 내건 지 26년 만에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 첫 번째가 LG 심벌마크의 변화다. 1995년 탄생한 LG 심벌마크는 럭키(Lucky)의 L과 금성(Gold star)의 G를 하나씩 합쳐 빨간색의 원안에 LG라는 글자를 만들고, 신라의 미소를 본떠 구현했다.

지난 26년간 일체의 변화가 없었던 LG 심벌마크는 최근 처음으로 변화를 꾀했다. LG그룹은 지난 11일 ‘미래의 얼굴 익스프레션스(Expressions)’라고 명명한 새로운 스타일의 LG 심벌마크를 선보였는데, 기존 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이 두드러진다.

LG 측은 심벌마크의 기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꽃처럼 싱그럽게 피어나는 젊음을 형상화하거나 LG의 고객 중심 경영이념이 확산하는 파장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 등 ‘젊음, 인간, 기술, 세계, 미래’의 의미를 담아 7개로 다양하게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26년 만의 심벌마크 변화는 구 회장의 ‘디자인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회장 취임 이래 줄곧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해 온 그는 고객이 마주할 첫인상은 디자인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해왔다.

가장 소비자 접점이 큰 LG전자에 특히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새해 첫 현장 행보로 LG전자 서초 R&D센터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았고,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으로 CX(Customer eXperience) Lab을 신설, 고객 경험 기반의 디자인 강화에 힘쓰고 있다.
 

과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스마트폰 'G6'의 제품명을 형상화한 'G6 타임'을 선보인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26년 만에 LG폰 철수·LX 계열 분리...‘1995년과 완벽한 작별’

LG 심벌마크 변화에 앞서 구 회장은 올해 LG그룹 역사에 오래도록 회자할 용단을 내렸다. 바로 금성사에서 LG전자로 이름을 바꾼 1995년 그해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LG폰과의 작별이다.

LG전자가 고심 끝에 사업 철수를 선언하자, 그동안 LG폰 마니아를 자처한 소비자들은 충격과 동시에 서운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결국 ‘스마트폰 시대의 혁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LG전자는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LG전자는 지난 4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7월 31일부터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 부문의 생산 및 판매 종료를 확정하기로 결의했다.

LG전자는 사업 종료 이유로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 부진”을 꼽았다. 과거 피처폰 시절 초콜릿폰, 샤인폰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지만,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등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적자가 심화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4~6월)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10~12월)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한 상황이었다.

LG폰이 역사적으로 사라지면서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공대 오빠’ 특기를 살려 LG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AI, 배터리, 전장 사업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총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초거대 인공지능(AI)' 비전을 제시한 LG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오는 2025년까지 약 7조원 이상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투자처는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글로벌 톱티어로 성장시키는 한편 LG전자를 앞세워 '가전은 LG'임을 세계시장에서도 입증하겠다는 포부다.

이런 가운데 숙부인 구본준 LX 회장과의 결별도 아름답게 마무리 지었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판토스 등이 LG에서 계열 분리돼 LX홀딩스로 편입됐다. 비록 한 지붕 아래 있지 않지만, 향후 LG그룹과 LX그룹은 상호 협력 관계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으면서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분명히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교롭게 1995년 LG가 태동한 지 26년 만인 올해 LG그룹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회장 취임 3주년인 오는 29일을 기점으로 구광모의 뉴LG 체제가 확고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X홀딩스 출범 광고 한 장면 [사진=LX홀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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