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 성공한 '테슬라 상장' 티몬은 어렵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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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1-06-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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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성 한계 우려 지울까..전인천 대표 리더십 본격 시험대

전인천 티몬 대표와 회사 BI. [사진=티몬 제공]
 

카페24는 넘었던 테슬라 상장 문턱을 왜 티몬이 넘기는 어렵다는 걸까.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목소리로 성장성을 이유로 꼽는다. 테슬라 상장은 아직 이익을 못 냈더라도 성장성만 입증할 수 있다면 기업공개(IPO) 기회를 주는 제도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2020년부터 테슬라 상장으로 코스닥 입성을 노려왔다. 적자를 내고 있기는 해도 프리 IPO를 통해 305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인 자본잠식을 해결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한국판 테슬라 탄생을 돕는다는 취지로 테슬라 상장으로 불리는 코스닥 성장성 특례 상장제도를 만들었다.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한국거래소 평가를 거쳐 상장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이 500억원을 넘고, 직전 연도 매출 30억원·2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 등 5가지 재무적 요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하면 예비심사청구가 가능하다.
 
티몬 입장에서 관건은 매출이다. 지난해 매출이 역성장하면서 성장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졌다. 티몬은 지난해 영업손실 6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을 15.4% 줄였지만, 같은 기간 매출 역시 1512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작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61조1234억원(통계청 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난 것은 물론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더 두드러지는 감소세다.
 
뒷걸음질친 매출이라도 단기간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어야 테슬라 상장을 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지난해 쿠팡 매출은 전년보다 90% 증가한 1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2020년 총거래대금(GMV)은 22조원(와이즈리테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8%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티몬이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보기는커녕 가지고 있는 점유율마저 뺏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티몬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2010년 출범 이후 10년 연속 적자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된 결손금은 1조원에 달했다.
 
테슬라 상장을 위한 거래소 질적 평가가 강소기업 지원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돌아가고 있는 것도 티몬 IPO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추진기업들에 잣대를 더욱 깐깐하게 들이대면서 테슬라 상장 심사 문턱에서 좌초된 사례도 적지 않다. 성장성이나 사업성이 부족하면 예비심사 승인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상헬스케어를 들 수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호조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지만, 테슬라 상장을 위한 질적 평가 과정에서 거래소는 실적 지속성과 사업성에 대한 우려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제도 도입 이후 테슬라 요건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현재까지 카페24(2018년), 제테마(2019년), 리메드(2019년),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2020년), 티에스아이(2020년), 씨앤투스성진(2021년), 바이오다인, 제주맥주로 총 8곳에 그친다.
 
같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1호 테슬라 상장' 기업인 카페24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티몬과 카페24는 전혀 다른 사업 영역에서 완전히 다른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티몬은 쇼핑몰 판매자와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자고, 카페24는 온라인 판매 사업자와 결제(PG), 물류·배송, 광고·마케팅 등 기업을 연결해주고 해당 파트너사로부터 수익을 얻는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사업자다.
 
수익 구조 자체가 카페24는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파트너사들이 호황을 누리면 이에 따라 수익이 커지는 개방형인 반면, 티몬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특수를 누리기 어려운 패쇄형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티몬은 쿠팡이나 위메프, 11번가 G마켓과 같은 경쟁 플랫폼이 많지만, 카페24와 유사한 형태의 이커머스 종합 솔루션 기업은 해외에서나 쇼피파이(Shopify)로 찾을 수 있다.
 
카페24는 됐어도 티몬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카페24는 까다로운 테슬라 상장 요건에도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 2월 2018년 코스닥에 입성했고, 이듬해 순이익 8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억원 정도로 전년보다 14.9% 줄었지만, 매출은 13.9% 늘어난 247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취임 일성으로 혁신적인 조직문화와 협업을 강조한 전인천 티몬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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