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공개하면 악플 없어질까? 인터넷 '준실명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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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영 기자
입력 2021-05-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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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웹상에 쓴 게시물이나 댓글 등에 작성자의 '아이디'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인터넷 준(準) 실명제'가 본격 추진된다. 이를 두고 과거 위헌 결정이 났던 '인터넷 실명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물이나 댓글을 올리는 이용자의 아이디를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가하고 이를 어기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댓글 작성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악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대표발의자인 박 의원은 "‘故 설리’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2019년 10월 첫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후)20대 국회에서는 폐기됐으나 21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악성댓글 등에 시달리다가 소중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두 번 다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당초 발의한 개정안은 악성댓글 작성자의 ID와 IP 모두를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을 반영해 ID만 공개하는 안으로 수정됐다. 박 의원은 "아이디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니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아이디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며 '인터넷 실명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소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이 개정법안은 조만간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며, 통과되면 법사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의결절차를 거치게 된다. 입법절차 도중에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의 합의가 있었던 만큼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이러한 결정을 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내고 강한 반발을 표했다.

이들 단체는 "본 개정안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내용과 다름없다"며 법안을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어디까지 악성 댓글로 볼 것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악성 댓글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다"며 "명예훼손 등 불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 민형사상 구제 수단이 존재하고, 오히려 그 남용이 문제로 지적될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박 의원이 주장한 인터넷 준실명제의 '악플 피해 방지'의 명분이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어 준실명제가 자신의 실명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에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도를 거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에서 공개 의무가 있는 ‘아이디’란 ‘정보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당한 이용자임을 식별한다는 의미가 '본인확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적 보복의 우려 등으로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만들고, 국민의 의사 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인터넷 준실명제와 관련해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등 사실상 반대의견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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