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위안부 일본상대 2번째 소송 패소…3개월만 뒤바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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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04-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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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 주권행위에 손해배상 청구 안돼"

  • 1차소송과 반대결론…'국가면제'에 발목

  • 소송 지원단체 재판 불복해 항소 예정

위안부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졌다. 같은 사건을 두고 3개월 만에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이다. 지난 1월 첫 번째 소송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가면제(주권면제)'를 법원이 인정해서다. 국가면제는 일본 정부가 소송에 무대응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다. 2차 소송 피해자들은 항소할 계획이다.

◆법원, 곽예남·김복동 등 20명 손배청구 '각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사건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패소를 뜻한다.

재판부는 "현시점에서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며 일본이 주장해온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인정했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법원에서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재판부는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하면 선고와 강제 집행 과정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해국인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 소송이 벌어졌지만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 등도 언급했다.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법원은 페리니 손을 들어줬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면제를 인정하며 패소 결정을 내렸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판부는 "외교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권리구제 성격을 갖고 있다"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등 내용과 절차상 문제가 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합의에는 상대방이 있어서 대한민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며 "비록 피해자들 동의를 얻지는 않았지만 이들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거쳤고 일부 피해자는 화해·치유재단에서 현금을 수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 "국제사법재판소서 다뤄야"

원고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부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원고 20명 중 생존자는 이 할머니를 비롯해 4명뿐이다.

이 할머니는 "(재판이)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하며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 꼭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소송을 지원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항소하기로 했다. 이들은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법원에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2016년 12월 28일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가면제를 내세우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3년 뒤인 2019년 3월 법원 측 공시송달 명령으로 재판을 시작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에게 일반 방법으로 관련 서류 송달이 안 되면 법원 게시판 공개 등을 전달로 간주하는 제도다.

◆첫번째 소송선 배상 판결···소송비 추심은 불가

이번 판결은 첫 번째 소송 결과와 상반된다. 지난 1월 8일 위안부 피해자 1차 손해배상 소송에선 원고들이 승소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각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 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일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다만 지난달 29일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국가가 면제해준 1차 청구 원고들 소송비용을 패소한 일본에 추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추심이 국제법 위반 여지가 있고, 사법부 신뢰나 헌법상 가치와 상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상금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향후 피해자 배상 과정에도 영향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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