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北기업 "물품대금 갚아라"…국내 첫 소송 패소

조현미·김해원 기자입력 : 2021-04-06 18:21
민경련 소속사, 남측 대리인 내세워 민사 제기 법원 "원고 청구 기각"…북한, 항소 의지 밝혀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장이 6일 오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기업이 남측 업체에 물품 대금을 갚으라며 낸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북한 기업이 원고로 나선 국내 첫 소송이다. 북한 측은 항소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7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는 6일 북한 업체들이 남한 기업 4곳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북한 측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북측 회사가 우리 기업을 상대로 낸 첫 법정 다툼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북한 지역까지 주권과 헌법·법률을 적용한다. 남측 대리인을 내세우면 북한 기업도 남한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낸 북한 업체는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와 명지총회사, 이들에게 소송 위임을 받은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장이다. 

우리 기업은 지난 2010년 2월 민경련 가입 기업인 명지총회사와 북한산 아연 2600여t을 600만 달러(약 67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금 중 14억원은 중국 국적 중개회사를 통해 보냈다.

하지만 그해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이 터지고 당시 이명박 정부가 5·24 대북제재 조치로 응수하면서 교역이 바로 중단됐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 중단과 개성공단·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등이 핵심 내용이다.

남북 교역이 멈춘 지 9년이 지난 2019년 8월 민경련과 명지총회사는 국내 대북 사업가인 김한신 소장을 통해 우리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연 수출 대금 67억원 가운데 53억원을 지금까지 못 받았으니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들이 법원에 청구한 대금은 1억원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중개회사에 이미 잔금을 줬다"며 맞서왔다. 송금을 맡은 중국 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법조계에선 물품대금 법정 시효가 지나 북한 기업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민법 제163조를 보면 물품대금 채권을 3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요구할 권리가 없어진다.

북한 측은 청구를 기각한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도 내비쳤다. 공동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김한신 소장은 "코로나19로 (북측과) 접촉이 중단돼 법원이 요구한 송금내역 등을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송 배경에 대해서는 "남북 간 분쟁을 조정하는 위원회가 없고, 남북관계가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다"며 "교류가 중단돼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북경제협력 재개 방식에는 쓴소리를 했다. 김 소장은 "5·24 조치 핵심은 통관·통신·통행을 막은 것인데 이런 상태에서 남북경협을 활성화한다는 건 잘못됐다"며 '실행적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판결이 나온 직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경협 주무 부처로 그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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