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무죄, 왜]①참사 국면마다 상황전파 어려웠다

최의종 인턴기자입력 : 2021-02-24 08:00
선장 교신끊고 탈출변수 예측 못해 첫신고 이후 지휘부 상황인지 늦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 지휘부 등 구조책임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경 지휘부가 승객 구조를 위한 '퇴선유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도,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와 해경 지휘부 사이 교신이 쉽지 않았으며, 지휘부가 상황을 파악해 퇴선 명령까지 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각급 구조본부인 해경청(중앙구조본부), 서해지방경찰청(광역구조본부), 목포해양경찰서(지역구조본부)는 세월호·구조 세력 사이 교신 불량으로 승객 퇴선 유도가 쉽지 않았다고 봤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거짓으로 현장 상황을 보고하고 먼저 대피한 사실까지 해경 지휘부가 예상하기 힘들었던 점도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배경이 됐다.
 
통신장비 있었지만...세월호와 직접 교신 어려웠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시 사용됐던 통신장비는 △상황정보문자시스템(코스넷) △주파수공용통신(Trunked Radio Service·TRS) △초단파 무선통신기기(Very High Requency·VHF) △내·외선 경비전화 등이다. 해당 장비들은 각급 구조본부·관제센터와 해경 123정·헬기·초계기 등 구조세력, 세월호 등에서 사용돼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데 이용했다.

그날 오전 8시 52분쯤 세월호 승객 고등학생 최모군이 사고를 119에 처음 신고했고 목포경찰서 상황실에서 접수됐지만 승객 구조를 위한 상황 공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했다고 보는 당일 오전 9시 50분쯤까지 세월호와 유일하게 교신을 할 수 있던 곳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VTS)뿐이었다. 당시 진도VTS는 VHF 67번 채널을 통해 세월호와 오전 9시 7분쯤부터 37분쯤까지 교신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오전 9시 18분 민간선박 둘라에이스호에 이어 26분엔 해경 B511 헬기, 28분 B703 초계기, 32분엔 123정 등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전 9시 37분 이후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진도VTS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다. 2분 뒤인 9시 39분엔 기관부 선원들이 구조세력 123정에 탑승했으며 46분엔 선장과 조타실 선원들이 탈출했다.

재판부는 해경 등이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 퇴선 명령 등 구조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먼저 선박을 탈출할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봤다.

아울러 해경 지휘부가 진도VTS와 별개로 세월호와 직접 교신이 돼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했다고 하더라도, 선장 등이 거짓말을 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판결문을 보면 오전 9시 37분 이 선장은 진도VTS와 마지막 교신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하라고 방송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점을 들며 해경 지휘부가 세월호에서 승객 퇴선 등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오해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세월호 마지막 '골든타임'은 이 선장 마지막 교신 13분 후인 오전 9시 50분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첫 승객신고 27분 뒤 상황 파악한 해경청장

구조 지휘 책임자인 김 전 해경청장이 사건을 인지한 시간은 첫 신고 접수 27분 후인 오전 9시 19분이다.

판결문을 보면 목포서 상황실은 처음 사고를 접수한 지 5분 뒤인 오전 8시 57분쯤 세월호와 가장 가까운 해경 123정에 즉각 출동을 지시한다. 그때쯤 선장은 제주VTS에 구조요청을 했으며, '구명조끼 착용과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한다.

목포서 상황실은 오전 9시 1분 이를 해경 본청 상황실에 보고하고, 2분에는 서해청 상황실에 알린다. 황모 해경청 상황실장은 이를 이춘재 경비안전국장에게 보고했으며, 이 국장은 다시 임근조 상황담당관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해경청 상황실장에서 김 전 청장에게 보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7분에 이른다. 이 국장은 법정에서 "해경 차장실에서 국장급 일일회의를 하고 나오다가 YTN 속보 자막을 보고 사고 사실을 알아, 곧장 차장에게 보고한 뒤 청장이 알게 됐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결국 수난사고에서 구조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지휘 책임자마저 상황 인지가 늦었고, 교신도 제대로 되지 않아 퇴선 명령을 직접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최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보여준 구조·지휘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노출됐고, 해경 지휘관들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 결과를 낳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참사가 각급 구조본부와 구조세력, 세월호 사이에서 교신과 상황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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