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역설?] ①눈보라에 멈춰버린 美텍사스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전환'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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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2-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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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를 덮친 이례적인 '겨울폭풍' 한파로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놓고 때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급격하게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을 줄인 탓이라고 목소리를 내자, 오히려 이번 사태야말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야할 계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폭설이 내린 미국 텍사스주 모습.[사진=AFP·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미국 본토에 겨울 폭풍을 동반한 기록적인 한파가 불어닥치며 전체 48개 주 면적의 73%에 눈이 쌓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으로, 눈이 내리지 않은 지역은 플로리다·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에 불과했다.

NOAA는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등 '딥사우스'(Deep South) 지역까지도 역대 최저 기온 기록을 경신하고 눈에 뒤덮인 것을 두고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과 1905년 2월의 역사적인 한파와 견줄만한 기록적인 추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텍사스주에선 최악의 '블랙아웃'(정전) 사태가 발생하며 43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기도 했다. 정전으로 난방 시설도 작동하지 않자, 주민들이 자동차나 프로판 가스, 벽난로 등을 이용한 것이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 사고 등으로 이어지며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다.

하루가 지난 17일까지도 여전히 270만 가구의 전력이 복구되지 않았으며, 루이지애나·미시시피·웨스트버지니아·켄터키·버지니아·오하이오·오리건주 등에서도 최대 10만 가구에 정전 상황이 이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 소재한 석유 시추기가 폭설로 멈춰있다.[사진=AP·연합뉴스]

 
텍사스 에너지 위기는 재생에너지의 역설?

이중 가장 정전 피해가 컸던 텍사스주의 상황은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전력 공급 불안 조짐이 보이자 사설을 통해 '짙은 녹색 멈춤 사태'(A Deep Green Freeze)를 예견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전력 부족을 가져온다고 맹비난했다.

미국 최대 산유지이자 최대 풍력발전 지역인 텍사스주에 닥친 한파로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얼어붙으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 반면,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석탄과 원자력발전의 전력 공급은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 동안 텍사스주에서 끊긴 전력 중 풍력 비율은 33%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며, WSJ는 이번 한파 직전 일주일 동안 텍사스주에 공급된 전력 중 42%가 풍력 등 재생에너지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텍사스 주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풍력 발전용량을 주요 도시로 보내는 전송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이 결과, 텍사스주의 풍력발전 전력량은 10여년 동안 3배가 늘어나고 풍력 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체 전력 발전의 25%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누적 풍력발전 용량 역시 지난해 10월 기준 3만904MW(메가와트)로 미국 전체의 25%를 차지한 압도적인 1위 지역이다. 누적 풍력발전 용량에서 텍사스주의 뒤를 잇는 아이오아와 켄터키주는 각각 1만799MW와 8173MW 수준에 불과하다.

신문은 이를 '좌파의 기후 어젠다 역설'(the paradox of the left’s climate agenda)이라면서 "재생에너지는 (기후 상황에 따라) 1주일,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덜 쓸수록 화석연료가 더 필요해진다"고 맹비난했다.

사설은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35년 재생에너지 완전 전환 계획과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를 화석연료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언급하면서 "이번 텍사스 에너지 비상사태가 보여주 듯 공짜 점심은 없으며, 화석연료를 완전히 추방하려는 조 바이든의 계획은 기후변화보다 미국인들에게 더 큰 실존적 위협"이라고까지 몰아세웠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풍력 발전 단지에 폭설이 내린 모습.[사진=CBS DWF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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