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쟁점] 매달 복지급여 받는다는 조두순...안줄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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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1-02-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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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아동강간범 조두순(68)과 그의 배우자가 매달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다.

기초생활보장급여란 국가가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를 말한다.

경기도 안산시는 "조씨가 출소한 지 닷새 만에 배우자와 함께 단원구청을 찾아와 직접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안산시는 "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수급 자격을 심사한 결과 조씨는 68세로 근로 능력이 없고 그 배우자는 만성질환으로 취업이 어려운 데다가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집도 없었다"며 "관련 법 기준을 충족한 이상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씨 부부는 곧바로 1월분 기초연금 30만원, 생계급여 62만원, 주거급여 26만원 등 복지급여 120여만원을 받아 갔다. 신청이 늦어지면서 받지 못한 지난해 12월분 복지급여까지 소급절차를 통해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조씨에게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조씨 때문에 피해자는 지금도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처벌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정부 지원금까지 받아 가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지난달 8일 '조두순에게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9만명이 넘는 국민 동의를 얻고 있다.

조씨가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매달 받을 복지급여는 기초연금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주거급여법에 따라 지급된다.

우선 기초연금법 제3조 제1항은 65세 이상이면서 월 소득인정액이 270만4000원(배우자가 있는 경우) 이하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초연금으로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초연금법에는 연금을 받을 사람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수용됐거나 실종된 경우 등에는 지급을 정지할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전과를 이유로 지급을 중단시키는 내용은 없다. 이 법은 '국가가 국민 생계 최저선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씨가 처한 상황이 법에 규정된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국가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절할 방법은 없다. 만 65세 이상인 조씨는 소득이 전혀 없다.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8조는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부양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국민 중에서 월 소득인정액이 2인 가구 기준으로 92만6424원 이하인 경우라면 예외 없이 국가한테서 생계급여를 받아 생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씨 부부는 자식이 없으므로 생계급여 대상자에 포함된다.

주거급여법 제5조도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이 138만9636원 이하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에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만약 집이 있다면 주택을 수리·유지할 수 있게 수선유지비를 지급하며, 무주택자라면 임차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한다.

현재 조씨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법에 따라 조씨 부부는 월 임대료에 해당하는 주거급여를 국가에서 챙길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주거급여법 모두 전과자를 제외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렇다면 조 씨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줄일 수는 없을까?

우선 기초연금은 더 줄이거나 반대로 더 줄 수도 없다. 기초연금법 제5조 제3항에서 '2021년 기준연금액을 30만원으로 한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생계급여액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8조 제2항에 근거해 발표한 고시인 '2021년 기준 중위소득 및 생계·의료급여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에 따라 2인 가구 최저보상수준인 92만6424원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 이상으로 정해진다. 조씨 부부는 기초연금 30만원이 소득으로 인정돼 현행법상 62만424원 이상에 해당하는 돈을 생계급여액으로 줘야만 한다.

주거급여액도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급여법 제7조 제3항에 근거해 정한 '2021년 주거급여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수준'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된다. 조씨 부부는 현재 2급지인 경기도에서 두 사람이 살고 있어 국가는 고시에 따라 주거급여액으로 최소 26만8000원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

즉 조씨에게 매달 지급될 것으로 알려진 복지급여 120여만원은 현행법상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액수라 국가가 이보다 더 적게 지급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씨가 받을 복지급여를 압류해 피해자 지원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기초생활보장법 제35조와 제36조에서 생계급여 등은 압류할 수도, 수급자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없는 절대적 권리로 규정해 놓아서다. 수급자에게 최소한 생계는 보장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조씨가 저지른 범죄 피해자 아버지는 "(조씨가 복지급여를 받는 건) 법이 그렇다고 하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그렇지만 정부가 범죄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래야 피해자도 힘을 얻고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 가족은 조씨가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며 지난해 11월 거주하던 안산시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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