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광화문 광장 비판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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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20-11-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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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본질은 제가 갖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재조성 공사를 시작하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업 진행 주체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조성되는 광장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쪽에선 새로운 광장이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시는 고 박원순 전 시장 당시 결정된 사안을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광화문광장은 세종문화회관과 미국 대사관 양쪽 길 사이에 거대한 배처럼 놓여 있다. 새로운 광장은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세종문화회관 쪽 5차로 길이 없어지고 그만큼 광장이 넓어진다. 대신 미국 대사관 쪽 5차로 길이 8차로로 확대된다.  

정치란 본질적으로 '소리 지르기'다. 투쟁이고 심지어 전쟁이다. 보혁 간, 신구 간, 남녀 간, 종교 간, 인종 간의 싸움이다. 토머스 홉스는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상대로 투쟁을 한다고 했다. 그것은 너무 힘든 상태여서, 사람들은 바다괴물을 만들었다. 만인의 투쟁을 통제하는 힘을 리바이어던이란 이름의 괴물에게 부여하고, 고단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게 홉스의 통찰이다. 그것이 정부다.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선거에서 이긴 지지층을 대표한다. 현재 서울시의 권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지지층이 기반이다. 

집권 정부의 모든 정책을 하나의 묶음으로 본다면 그 패키지는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본질이고 당위이며 현실이다. 선거에서 진 세력은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게 싫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바다괴물에게 일임한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개개인이 싸워야 하는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300회에 달하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1000만 서울시민의 요구가 모두 반영됐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만약 그랬다면 반대로 지지층의 이익이 그만큼 훼손된 것이다. 

광장 하나에서 무슨 정치냐고 묻는다면 오산이다. 광장만큼 정치적인 공간도 없다. 작가 최인훈은  광장을 밀실과 반대되는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봤다. 명예를 좇는 정치인의 눈에 광장은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공간이다. 

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한 서울시에 대한 비판은 본질적으로 투쟁의 연속이다. 비집권 세력이 자신의 지지층과 그것을 명분으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공격이다.  

서 권한대행에겐 800억원짜리 광화문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권한이 있다. 서 권한대행은 내년 4월까지 보장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모든 권력을 행사할 권리를 위임받았다. 시장은 시민의 권리를 대행하는 자리다. 대행이어서 그 권리를 축소해야 한다는 건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서 권한대행이 시의 기존 결정을 번복한다면 그것이 권력남용 아닌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논의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행정은 타이밍 등 모든 제약요건을 감안해 차선책을 시행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시의 결정이 억지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도 그럴 수 있다. 집권 정부가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선거에서 진 비집권 세력의 이익과 요구를 다른 경로를 통해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심지어 여권 지지층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감시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최근작 <좁은 회랑>에서 권력이 집중된 정부가 정말 괴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그 괴물에게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 등 비집권 세력이 권력이 독재로 악화되지 않게 성숙한 비판 세력으로서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두 석학의 지적대로 족쇄는 합리적이고 성숙한 비판을 재료로 만들어져야 한다. 시의 안과 시민단체의 안 중 절대적 우위를 가를 수 없다면 결국 새로운 광장의 모습을 결정하는 건 정부의 선택이다. 서울시는 보행도시란 개념과 교통문제의 사이에서 미국 대사관 쪽 도로는 남기는 안을 택했고, 양쪽 도로를 없애는 게 그보다 낫다는 근거는 없다. 정부의 정책 선택 자체를 부정하면 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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