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산 넘어 산'...독과점·조현아·노조 변수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서 양사 인수합병 방안 논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승인 받아야…3자연합 소송도 변수

양대 노조 대책방안 마련…'한진해운 사태' 막자는 지적도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다만 독과점 등을 고려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속한 3자 연합의 반발, 노동조합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 논의··· 공정위 승인 나올까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산경장)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로서는 한진그룹이 KDB산업은행의 자금을 지원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산은이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에 참여하게 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한진칼은 인수 부담을 덜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정비(MRO) 조직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경장 회의가 끝나고, 공식적인 인수 추진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도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 논의를 위한 이사회를 연다.

인수가 공식화하면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을 할 때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신고회사 3000억원 이상, 상대회사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합병 시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거나 가격 인상 제한, 특정 사업부문 매각 등 조건을 달아 승인한다.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독점적·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한다고 판단하면 합병 자체를 불허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합치면 이들의 점유율은 62.5%에 달한다. M&A가 성사될 경우, 국내 시장 과반을 차지하는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3자연합 "경영진 지위 보전 위한 것" 비판

한진칼 지분 46.71%를 보유하고 있는 3자 연합(조 전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반대도 변수다. 3자 연합은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41.4%)보다 지분율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이번 거래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산은은 3자 연합과 조 회장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는 동시에 조 회장 측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각에선 3자 연합이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산은의 한진칼 자금 투입을 저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3자 연합의 핵심축인 KCGI는 지난 13일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일직종 내에서 M&A가 이뤄지는 만큼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인수를 하게 될 주체인 대한항공도 일부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노선 조정 등에 따른 대규모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6개 노조는 조만간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통해 사측에 인수 과정 공유, 노조의 인수 절차 참여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수전이 아시아나항공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황에 빠져 HMM(옛 현대상선)과 M&A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공중분해 된 '한진해운 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양사가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