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혁신 절실한 슈퍼예산] 성장 위한 지출 이면엔 '눈먼 돈' 챙기기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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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임애신 기자
입력 2020-10-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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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 계획 없이 예산부터 챙기는 경우 빈번

  •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 매년 반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 위기에도 정부의 예산 편성은 거침이 없다. 정부는 내년에 경기를 살려보겠다며 책정된 555조8000억원의 '슈퍼 예산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시기를 놓치면 정상 궤도로의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절박감에서다.
 
다만, 벌써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둬들이는 세수가 줄어 나라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재정 효과가 크지 않으면 무책임한 빚잔치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3%를 기준으로 재정을 운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발표와 동시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재부가 추정한 국가채무비율이 2024년에 이미 58.3%에 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국에 그 어느 때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제시한 한국판 뉴딜은 벌써부터 힘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고 해도 간판만 바꾼 재탕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야당은 한국판 뉴딜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판 뉴딜 예산을 최소 50% 이상 삭감해 코로나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중산층·서민 지원에 최소 10조원 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정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내년 예산 증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 지출이다. 이는 정부 소비·투자에 비해 재정 승수가 낮다. 정부가 불황기에 돈을 풀어 만든 유효 수요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풀린 돈의 몇 배에 이르는 총수요가 창출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편성하냐'보다 '어디에 얼마나 쓰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이를 일일이 따져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다. 정부가 예산안을 만들면 국회가 이를 심의해 통과시켜야 내년부터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용되지 않고 국고로 넘어가는 불용예산과 사업 변경으로 인해 예산 집행을 다음 회계연도로 넘기는 이월예산이 해마다 발생한다. 이월·불용액이 반복되는 것은 예산 편성 단계뿐 아니라 예산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결산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서다.

집행기관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예산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 없이 예산 확보 자체에 의미를 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산을 다 쓰지 못하더라도 '우선 많이 책정하고 보자'는 식의 과다 예산이 남발되는 이유다. 예산 확보만으로 정책과 사업 목표가 달성된 것처럼 여기는 공직 사회의 관행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도 흔히 볼 수 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 공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예산이 '눈먼 돈' 취급을 받는 배경이다.

예산은 처음 편성되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다.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한 번 만들어진 사업과 복지 관련 예산은 다음 해에 빼기 힘들다"면서 "처음에 예산을 편성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이 효과를 보려면 반드시 민간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재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부문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인 규제 완화를 재정지출과 병행해야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것이 구조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민간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개혁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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