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혼맥①]재계 최다 혼맥 자랑하는 GS그룹…사람을 끌어들이는 가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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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룡 기자
입력 2020-10-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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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석유·태광·LIG 등 7개 그룹과 사돈 관계

[그래픽=김효곤 기자]

[데일리동방] GS그룹은 재계에서 '마당발 혼맥'으로 손꼽힌다. GS 허씨 오너 일가는 다른 그룹 가문과 가장 많은 사돈 관계를 구축한 곳이다.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태광, LIG, 세아, 중앙일보, 아세아, 삼표 등 7개 그룹이 GS그룹 오너가와 사돈을 맺었다.

GS그룹 혼맥은 재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관계와 언론, 법조계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및 김영무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이 GS 일가와 사돈의 연을 형성했다. 혼맥으로 형성된 GS그룹 연줄은 사돈을 통해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 롯데그룹, OCI그룹 등으로 또 한 번 뻗어나간다.

이 같은 화려한 혼맥은 우리나라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GS 일가의 위상을 반영한다.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는 부인 하위정씨와 사이에서 8명의 아들을 두었다. 장남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을 비롯해 △ 고 허학구 새로닉스 회장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 고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고 허완구 승산 회장 △허승효 알토 회장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허승조 일주학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과 함께 삼성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삼남인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은 당시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던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해 LG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이 모두 허씨 집안과 동고동락하며 성장한 셈이다.

허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수백여 년간 인척 관계를 유지해오다가 허만정씨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에게 투자자금을 지원하며 3남 허준구 회장 경영수업을 부탁해 양가가 동업관계로 발전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만정씨는 육촌 형제인 허만식씨의 딸이 구인회 회장과 결혼하면서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

삼성그룹과 동업관계가 된 것은 지역 친분에서 비롯됐다. 이병철 회장이 당시 중일전쟁으로 1938년 마산 정미소 사업이 문을 닫게 되자 새로운 무역 사업을 펼치면서 허만정씨에게 동업을 요청하면서 동업이 시작됐다. 이병철 회장과 동네 친구 사이었던 허정구 회장은 삼성물산 사장까지 지낸 후 삼양통상을 세우며 독립했다.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이 이처럼 허만정씨와 선뜻 동업관계에 나선 것은 비단 허씨가 지역에서 손꼽히는 만석꾼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양반 집안으로 선비 정신을 간직해온 허씨 일가가 두터운 신망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이는 LG그룹과 GS그룹이 지난 2004년 경영권 분쟁 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계열 분리 과정은 양가 합의를 통해 잡음없이 진행돼 세간의 화제가 됐다. 형제·부자간에도 계열 분리는 물론이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창업주 이후 2세들 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왕자의 난'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로인해 '현대'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거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등으로 나뉘어졌다. 롯데그룹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을 잇는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치열한 분쟁을 치른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신동빈 체제'를 굳혀가고 있지만 신동주 회장은 올해 7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수년째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 관계가 아닌 경우는 더 하다.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 회장은 이병철 회장과 삼성그룹을 만들었지만 15년이 지난 후 갈라섰다. 조 회장은 56세에 독립해 효성을 대그룹 반열에 올렸지만 생전에 삼성과 이병철 회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GS그룹 허씨 집안과 LG그룹 구씨 집안은 잡음없이 사업분야를 나눠 분리 독립해 여타 재벌그룹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계열 분리된지 1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업에는 서로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도래한 여러 위기 상황에서도 LG그룹과 GS그룹 간 계열 분리 과정은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이뤄졌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별 사례"라고 회고했다.

GS 일가가 재계에서 '마당발 혼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재력은 물론이거니와 매력적인 가풍이 있었기에 사람들을 모이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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