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참사 26주기…부실 대한민국 이제 벗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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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10-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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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공사 추방 원년의 해 26년 지났지만 여전한 인재(人災)

성수대교 참사 후 26년…이제는 안전할까
"성수대교 참사와 같은 사고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사고 이후로는 각종 예방대책을 수립해서 32개 한강 다리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3일 서울시 관계자는 이처럼 말했다. 추석 연휴에 수많은 국민이 건너간 32개의 한강 다리가 오늘날처럼 안전해질 수 있었던 이면에는 26년 전 발생한 성수대교 참사가 있다.

성수대교 참사는 지난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께 성수대교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 구간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총 6대의 출근길 차량이 추락해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부실한 공사와 관리 부재뿐 아니라 구조단이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상 지체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붕괴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설계됐는데, 미관이 아름답지만 교각 사이를 지탱하는 경첩이 취약한 구조였다.

설상가상 시공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규명감정단 활동백서에는 “트러스 공법은 미관을 중시한 결과 당시 우리 시공기술로서는 다소 무리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관리부실이다. 설계상 통행량이 하루 평균 8만대에 하중은 32t였던 다리에 40t이 넘는 과적 차량을 방치했고 통행량은 설계 대비 2배 이상인 16만대를 웃돌았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지난 1994년 10월21일 다리가 절단된 지점에서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사진 = 연합뉴스]

특히 사고 9년 전 감사원은 성수대교 총 6곳에 결함을 발견했으나 서울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3년 후 대법원은 성수대교 참사 관련 건설사회 제작 책임자와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이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교량과 터널 등 구조물에 관한 안전점검 주체와 안전진단 주기, 성능평가 등급 기준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별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첫머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성수대교는 최대 43.2t까지 통행 가능한 1등급 교량으로 복구됐고, 기존 4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돼 하루 평균 9만대의 통행량을 확보하게 됐다.

또 만에 하나 교량이 끊어지더라도 전과 같이 한강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이중 안전장치인 ‘낙교 방지턱’도 설치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지어진 10개 교량에는 진도 7~8에 견디는 1등급 내진 설계가,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교량 10곳에는 ‘온라인 감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외에도 정부는 연 2회의 정기점검과 1년에서 3년, 4년에서 6년 주기의 정밀점검도 모든 교량에 시행하는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용접으로 다리를 붙였지만, 지금은 용접 없이 통 강판으로 만들어 끊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낙교 방지턱도 있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원한 '부실 대한민국' 추방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는 1994년을 ‘부실공사 추방 원년의 해‘로 선포했고 사고 원인규명단은 “부실공사 시대의 종언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대형 인재(人災)는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듬해인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 실종자 6명이 발생한 것이다.
 

중간 부분이 푹 꺼져버린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사진 = 연합뉴스]


또 부실한 설계·시공과 관리감독, 무리한 확장 공사 등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심지어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경영진만 대피하고 손님과 일반 직원 1500여명은 남겨져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준 삼풍건설그룹 회장은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것은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가지만, 우리 회사 재산도 망가지는 거야”라고 말해 분노를 샀다.

이런 행태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에서 무리한 증개축과 안일한 과적 관리감독,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수많은 희생자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014년 성수대교 20주기 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은 "삼풍백화점과 대구지하철 화재 등과 세월호 사고, 최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온 국민이 안전요원이라는 생각으로 안전 불감증의 굴레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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