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미래 위해 임금동결한 현대차 노조...완성車 업계 전반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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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9-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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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고용 보장 초점

  • 기아차·한국GM·르노삼성 임단협 두고 노사 갈등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에 초점을 맞춘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 올해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임금동결 담은 잠정합의한 가결

현대차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4만9598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고,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완전 타결을 끌어냈다. 현대차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번째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과 무분규 타결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 속에 고용안정과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속 임금 인상은 비판적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크고 매출 하락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줄어들었다.

또 경제 불확실성과 생산 자동화 등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 위협에 대응해 일자리부터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투표는 울산·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국 사업장에서 진행됐다.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기아차·한국GM·르노삼성 임단협 난항 

현대차 노사의 이번 결정은 교섭을 진행 중인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대표기업이자 업계의 맏형 격인 만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교섭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특히 현대차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에 이목이 쏠린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5일 경기 화성공장에서 올해 임단협 6차 실무교섭과 5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기아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2019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과 별도요구안을 마련해 '전기차 및 수소차 전용라인 및 핵심부품 공장 내 전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생산에 전념한 조합원들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적극적으로 고용안정과 복지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대차 노사가 임금동결에 나선 만큼, 기아차 노조 역시 강경투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한국GM 노사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조정 중지는 노사 간 견해 차이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단 의미다. 중노위의 이같은 결정으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GM 노조는 조합원들의 파업 동의를 얻은 상황이다.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78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 참여자 7000명 중 6200명(89.5%)의 찬성을 얻었다.

한국GM 노사는 2020년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 지난 7월22일부터 16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노조 측은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2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2014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데다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까지 강행할 경우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지엠 노사 일행이 지난달 20일 창원 사업장 내 신축 중인 도장공장의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 안전과 공사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김선홍 창원사업본부장,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사진=한국지엠 제공]

르노삼성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는 지난 7월 6일 상견례 이후 이달 17일까지 여섯차례 실무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까지 투표했으나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찬성률 60%에 그쳐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부진 등으로 재고가 약 1만7000대 증가해 이달 25일부터 내달 18일까지 부산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한편, 쌍용자동차는 지난 4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 교섭을 매듭지었다. 쌍용차 노사는 임금동결 내용을 담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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