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려서...어줍잖은 이유로 무거운 처벌 피한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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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20-09-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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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된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부부 [사진=연합뉴스]

나이가 무기... 잔혹하지만 어리다고 형량 감형하는 법원

10대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했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했다. 한국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지난 1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3명에게 징역 장기 3년~2년, 단기 2년~1년 3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을 면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나이는 12세에 불과하고 현재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나이가 어리고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겠다"고 판시했다. 구속을 면한 이들은 법정을 빠져나간 뒤 바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018년 A(18)군은 친구인 B, C군에게 "술 마시면 성관계가 가능한 여자아이가 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D(12)양의 집으로 갔다. D양이 술에 취하자 B, C군은 성폭행 및 추행했고,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A군은 D양의 거실에서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느라 집에 귀가하지 않아 7개월 된 딸을 사망케 한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서로 육아를 떠밀었고, 딸이 숨진 것을 안 뒤에도 주변에 사망을 알리지 않고 방치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딸의 장례식에도 전날 과음을 해 늦잠을 잤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몰상식한 행동에도 두 사람은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남편 E(22)씨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아내 F(19)씨는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점이 양형 이유가 됐다. 

1심에서 재판부는 남편 E(22)씨에게 징역 20년, 아내 F(19)씨에게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심에서 E씨는 징역 10년, F씨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B씨가 2심에 이르러 성인이 됐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징역 7년을 넘을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고, A씨에 대해서는 "범행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심은 범행이 양형 기준상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미필적 고의는 잔혹한 수법으로 보기 어려워 1심 형량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근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n번방'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피의자만 221명이 검거됐다. 이중 10대는 무려 65명에 달했다. 이들은 성착취물을 만드는 걸 돕고 유포하고 범죄 수익을 전달하는 등 범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모두를 경악하게 했었다. 
 

[사진=연합뉴스]

갈수록 성인 범죄화되는 청소년 범죄...'처벌' vs '교화' 두고 전문가 대립

지난 2017년 9월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살인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18세는 총 1만 5849명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10대 범죄는 증가했고,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추행이 1만 1958명으로 가장 많아 10대 성범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날이 갈수록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의 강력범죄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만 촉법소년의 살인이 3건, 강도 7건, 절도 3801건, 폭력 1763건 그리고 강간·강제추행이 41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천 집단폭행 추락사' '관악산 여고생 집단 폭행'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 사건' 등 성인 못지않은 청소년 범죄 사건이 불거지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범죄가 주느냐? 그렇진 않다.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죄질이 낮다면 수강명령을 내리거나 보호관찰을 한다거나 여러 방식으로 이 친구들이 감옥에 안 가고도 교화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통상 감옥에 보내는 것만 자꾸 생각한다"며 '처벌'보다는 '교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범죄심리학자 출신 표창원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교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결국 유영철을 괴물로 만들었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21세 범죄 대응은 단연코 강한 처벌이 존재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KBS '토론쇼, 시민의회'에 출연해 만 14세 미만의 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린 후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13세부터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소년법 덕분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려 31건의 소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며 처벌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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