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스타워즈와 우주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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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입력 2020-09-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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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SF 영화 중 가장 많은 열성 팬을 거느린 영화는 단연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다. 루크 스카이워커, 오비완 케노비, 한 솔로, 주인공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이 영화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은하제국 멸망 이후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활약을 시리즈물로 만들며 1977년부터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휴가와 결석이 당연시(?)될 정도로 열성 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 전설의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주선 수리비나 배상금 등에 사용되는 우주 공식 화폐의 이름이 ‘크레딧’이다. 은하 공화국 성립과 동시에 탄생한 ‘크레딧’은 공화국의 힘이 약해지자 외곽지역에서 푸대접 받는 장면도 나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속 가상화폐인 스타워즈 동전이 2011년부터 뉴질랜드 자치령인 남태평양 작은 섬 폴리네시아의 니우에(Niue)에서 아예 공식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워즈 캐릭터인 루크·레이아·요다·다스베이더·C-3PO 등이 새겨진 동전을 만들었으며, 2016년에는 ‘니우에 실버 2달러’짜리 레이아 공주 코인이 한정판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영연방인 탓에 동전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새겨졌으며, 실물화폐가 아닌 수집가들을 위한 한정판 화폐 역할이 더 강해 교환 수단보다 투자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류는 화폐를 통한 무역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부를 축적하며 경제활동을 이어왔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화폐의 진화과정은 인간의 활동영역 확대와 비례했는데, 말(馬)이나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소규모 부족 중심의 경제 체제로 일정 지역에서만 인정되는 화폐 기능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로 바다와 대륙을 넘나드는 국가 간 무역이 확대되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그 가치가 인정되는 화폐(예를 들어 금화, 금본위화폐)가 등장하게 됐고, 여러 차례 전쟁을 통해 국제 질서가 정립되면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 화폐가 자연스레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된다. 영국 파운드화는 오랜 기간 기축통화의 역할을 했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면서 전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유일한 경제대국 미국의 달러가 그 자리를 대신해 현재까지 부동의 기축통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는 초연결사회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세계 단일통화의 필요성을 점점 더 높이고 있으며, 환전과 송금 등 경제 기초 활동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실시간 처리되어야 할 필요성(Needs)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미리 예견했는지는 몰라도 2011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공지를 통해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처럼 금융거래의 흐름과 시스템을 규제하는 일종의 ‘세계 중앙은행’ 기능을 수행할 기관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산업은 이미 테크핀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과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전통 금융기관들은 거세게 몰려오는 신기술과 환경변화에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며, IT 거인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모바일 대국 중국은 홍콩과 더불어 국가차원에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의 주요 IT기업들도 디지털 자산이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세계 IT 공룡들은 호시탐탐 민간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고자 회심의 칼을 갈며 결전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국가 단위 화폐는 점차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세계화폐’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의 탄생으로 등장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만들어가는 거대한 변화는 어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인류 문명 발전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과 초연결사회로의 발전으로 대부분 비즈니스는 실시간 국경을 넘나들 것이며,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될 것이기에 일면식도 없는 상대에 대한 신뢰 여부는 가장 중요한 거래 결정 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불가역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각광받을 것이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비록 영화 속이지만 스타워즈의 광활한 우주에서 사용되는 화폐의 이름을 신뢰와 신용을 의미하는 ‘크레딧’이라 명명한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사진=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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