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변신은 무죄] ‘돈 안 되면 다 접어야지’...5대 그룹도 ‘예외없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석유선 기자
입력 2020-09-02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1일 중국 CSOT에 공식 매각하면서 탈(脫)LCD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중국 업체에 주도권을 뺏겨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을 올해 말까지 철수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퀀텀닷) 전환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충남 아산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매각 공고도 낸 상태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10월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세웠다. 업계는 중국 쑤저우 공장처럼 최근 LCD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업체가 인수자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매각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아산 8세대 LCD 생산라인(총 4개) 중 일부 라인(1개)을 지난해 말부터 가동 중단했다. 매각 이후 올해 말까지 생산라인 전체를 QD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LCD 생산라인을 QD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재택 문화 확산으로 아직은 LCD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연말까지 기존 생산라인을 서서히 정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확산으로 국내 기업의 사업 재편이 활발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단 국내 LCD 사업을 주도한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우, 과거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하면서 그룹 성장의 중심축을 마련한 정유화학 부문의 사업 재편이 특히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을 영위해온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다. 2009년 10월 설립된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 중 하나로 국내 윤활유 업계 1위 업체다. 미국과 중국 등 60개국에 윤활유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조3725억원, 영업이익 2939억원을 기록했다.

돈이 안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미래 사업 재편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 중이란 게 SK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루브리컨츠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신사업, 특히 배터리 부문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전기차배터리 3사 중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지만 미국, 헝가리 등에 배터리 공장 신축과 증설 등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그간 영위해온 SK 직영 주유소 사업을 접었다. 기존 석유제품 소매 판매사업 관련 부동산은 코람코에, 주유소 영업 관련 자산과 인력을 현대오일뱅크에 양도한 것이다. 이 덕분에 300개의 SK주유소를 넘겨받은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를 제치고 SK에 이어 국내 주유소 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 있는 SK그룹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사진=석유선 기자]


롯데그룹도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 확대로, 오프라인 매장 위기감이 커지면서 사업 정리에 착수했다. 일단 해외 사업장부터 철수하고 국내 사업장 정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해외 신성장 기업과의 합병도 추진한다.

롯데그룹의 양대축인 롯데쇼핑은 러시아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본격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 7월 러시아 롯데쇼핑 루스(LOTTE SHOPPING RUS) 법인 청산을 의결했다. 국내 백화점의 해외 진출 첫 사례로 상징성이 컸지만 영업 부진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이와 함께 베트남 온라인쇼핑몰 롯데닷브이엔 운영도 종료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살림그룹과 합작설립한 인도 롯데막무르의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인 롯데케미칼은 일본 화학기업 쇼와덴코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업 재편을 노리고 있다. 1939년 설립된 쇼와덴코는 시가총액 3조8000억원 규모로, 주로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소재를 생산하는 종합 화학기업이다. 특히 불소계 특수가스 전 제품 라인업과 원천기술을 보유해 신동빈 회장이 눈독을 들여왔다. 그간 전통적인 유화 사업으로 활로가 없던 차에 반도체 소재 기업을 인수해 활로를 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SK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등 그 규모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돈이 안되는 부실 사업은 재빨리 정리하고, 그나마 자금을 챙길 수 있는 사업부문의 매각이 활발하다”면서 “국내외 사업장에서 수익성 위주의 사업 재편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