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플랜B, 고금리 영구CB가 논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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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0-08-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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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 5월 출자전환 중단 검토...HDC현산 미온적 태도에 새 인수자 물색

  • 중도상환 요구권 무용지물...조건 변경 여부 관건

[사진=아시아나 제공]

[데일리동방] 한국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거절하기 전부터 새 인수자를 찾는 일명 ‘플랜B’를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영구전환사채(영구CB) 출자전환 검토를 중단한 것은 HDC현산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이면서도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장 새 원매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특히 영구CB가 문제다. 인수자 입장에서 상환 규모도 막대하지만 빨리 갚지 않으면 금리부담이 커진다. 중도상환요구권도 무용지물이다. 산은이 출자전환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자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점도 거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산은 ‘꽃놀이 패’인 영구CB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일축했다. 인수 철회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산은은 영구전환사채(영구CB) 출자전환(당시 5000억원)을 검토했다. HDC현산이 짊어져야할 이자부담(연 7.2%, 2년 후 2.5%포인트 가산)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였다. 자칫 인수자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했다.

예상과 달리 HDC현산이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산은은 출자전환 검토를 중단했다. HDC현산에 “빨리 결정하라”는 압박 카드였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지원방안이 확정되면서 산은 등 채권단이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산은이 영구CB 출자전환을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이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가운데 기안기금 지원이 확정되자 검토를 중단하고 인수여부를 확실히 하라고 강조한 것”이라며 “‘플랜B’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킨 것은 이 때부터였으며 새 인수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업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았다. HDC현산과 거래 여부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점도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기안기금 지원이 무한정 시간을 벌어주는 것도 아니다. 산은 입장에선 ‘인수’와 ‘철회’ 중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이 나야 다음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는 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재실사를 거절한 것이다.

산은은 출자전환 후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몸집을 줄여 매각을 원활히 하는 방안보다 당장 새 인수자가 나타나기를 선호한다. 원매자는 코로나19 등 항공업을 둘러싼 변수와 각종 상황은 제외하더라도 영구CB가 부담이다.

현재 산은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 영구CB는 총 8000억원이다. 기존 5000억원에서 지난 6월 3000억원을 추가로 사들였다. 만기 30년에 연 금리 7.2%, 2년 후 2.5%포인트가 가산되며 이후에는 매년 0.5%포인트씩 오르는 구조다. 전액 출자전환 시 지분율은 36.99%로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7%)을 앞서게 된다.

해당 영구CB는 산은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발행일로부터 2년 후 혹은 최대주주 변경 시 중도상환이 가능해진다. 매년 고금리를 지불하거나 새주인이 나타나 영구CB를 갚아야 한다.

한편, 영구CB 전환청구(8000억원 전액)는 지난 7월부터 가능해졌다. 인수자가 중도상환을 요구해도 산은이 출자전환을 강행할 수 있는 조건이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로 지분가치가 오르면 산은은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인수자는 금리부담이 줄지만 지분율 희석으로 온전한 가치를 누리기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누가 봐도 아시아나항공 영구CB는 인수자가 아닌 산은에 유리한 구조”라며 “과거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영구CB를 인수할 때 금리가 1%였는데 같은 영구CB가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는 자력 생존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자력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고금리를 요구한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같은 조건으로 추가 영구CB를 인수한 것은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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