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끝없는 부패] 혈연·지연에 권력 비호까지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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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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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로 마오타이 판매권 사고 팔아

  • 前회장 400억원 착복, 가족도 동원

  • 입지·제조 특수성이 패거리 문화로

  • 세입 의존도 높아, 지방권력과 유착

  • 온갖 부패 속 주가 상승세 미스터리

[사진=신화통신]


"왕충린(王崇琳)과 리타이밍(李太明) 부부는 2013~2018년 마오타이(茅台)주 대리상들로부터 18만 위안(약 3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뇌물죄가 분명하다."

리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구이저우성 싱이(興義)시 인민법원의 1심 판결문 내용이다. 법원은 최근 리씨에게 징역 1년3개월형을 선고하고 12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리씨는 마오타이대학 부총장보를 지냈고, 남편 왕충린은 마오타이 부사장으로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사 회장까지 겸임했다. 왕씨도 지난해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이들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마오타이에는 가족끼리 뒤를 봐주거나, 같은 지역 태생의 고위 관료들과 손잡고 저지른 부패 스캔들이 넘쳐 난다.

◆부부·동향·선후배 '패거리 문화'

13일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리타이밍은 남편의 뒷배를 믿고 마오타이주 대리상들에게 온갖 뇌물을 요구했다.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과 루이비통 트레이닝복, 불가리 브랜드의 팔찌, 에르메스 스카프, 진주 목걸이 등 다양한 품목을 자택과 백화점, 호텔 등 다양한 장소에서 넘겨 받았다.

뇌물수수의 대가는 마오타이주 위탁 판매권이다. 중국에서 사치품이나 투기 수단으로 분류되는 탓에 대리상으로 선정만 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는 이날 발표한 장문의 글에서 "500ml 페이톈(飛天) 마오타이주의 출고가는 969위안, 정가는 1499위안인데 수급 불균형으로 시중에서는 2000위안 이상에 팔린다"며 "술만 구하면 돈을 버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위안런궈(袁仁國) 전 회장은 가족을 동원해 위탁 판매권을 팔아 2억3000만 위안(약 395억원)을 불법 취득했다. 왕충린·리타이밍 부부의 축재는 애교 수준이다.

기율위는 "지난해 5월 이후 조사를 받은 마오타이 고위 임원만 최소 13명"이라며 "마오타이를 둘러싼 괴현상이 점차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율위와 검찰 조사에 따르면 위안 전 회장의 운전기사까지 마오타이주 대리상으로 선정됐고, 위탁 판매권을 사고 파는 브로커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와 공장 대부분이 구이저우성에 있다는 특징이 연고지 혹은 패거리 문화로 이어져 부패를 촉진한 측면도 있다.

기율위는 "밀폐된 지리적 입지와 특수한 제조 과정 때문에 대대로 마오타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고지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인사 규정을 위반하는 문제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구이저우성 기율위가 지난 7일 조사 중이라고 밝힌 마오타이 전현직 임원 2명도 모두 해당 지역 출신이다.

장자치(張家齊) 전 부사장은 마오타이 본사가 소재한 구이저우성 런화이(仁懷)시 부시장을 역임했다. 리밍찬(李明燦) 마오타이대학 부총장은 영업 사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올랐다가 지난 3월 좌천됐다.

◆스캔들 지속에도 주가는 '훨훨' 왜?

마오타이 부패 스캔들은 지난 2018년 4월 회사 수뇌부와 왕싼윈(王三運) 전 구이저우성 부서기, 왕샤오광(王曉光) 전 부성장 등 고위 관료 간의 유착 관계가 확인되면서 본격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방 권력과의 유착은 마오타이가 성장한 비결 중 하나다. 위안 전 회장의 뒤를 이은 리바오팡(李保芳) 회장은 류판수이(六盤水)시 부시장 출신이다.

지난 3월 새로 선임된 가오웨이둥(高衛東) 회장은 구이저우성 교통청 청장이 최종 직책이다. 중국 국유기업에서 낙하산 인사가 드문 건 아니지만 마오타이는 좀 심한 편이다.

이유가 있다. 2018년 기준 마오타이가 구이저우성에 낸 법인세는 380억 위안으로 성 전체 세수의 14%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85억 위안과 40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5%씩 증가했다. 법인세 납부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율위는 "재정 수입에 지장이 생길까봐 마오타이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적었던 것 같다"며 "깊은 모순을 건드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마오타이를 겨냥해 반부패를 외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르다.

가오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3개월간 형식주의·관료주의·책임회피 근절을 골자로 하는 자정 노력을 벌였다.

이에 대해 쑨즈강(孫志剛) 구이저우성 서기는 지난 2~3일 마오타이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해 "충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언뜻 봐주기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장면이다.

2년 넘게 온갖 비리가 드러나고 있지만 마오타이 주가는 꺾일 줄 모른다. 지난해 주당 1000위안을 넘어선 뒤 올 들어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 9일에는 1700위안을 돌파했고 중국 증시 내 시가총액 1위를 기록 중이다.

견조한 실적과 국주(國酒) 대접을 받는 브랜드 가치, '대마불사' 신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중국 바이주(白酒)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마오타이의 매출액과 연결기준 순이익은 각각 12.76%, 16.69%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오타이 주가의 고공 행진이 중국 증시의 후진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마오타이 임원들의 집단 비리에 대해 증권감독관리위원회나 상하이거래소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게 맞느냐"며 "위법 행위가 있다면 시장 퇴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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