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광산업, 코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거머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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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묵 부산관광공사 마케팅실장
입력 2020-05-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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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묵 부산관광공사 마케팅실장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 이후가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으로 단언했다. 그 외에도 여러 분야 전문가의 예측이 있지만, 대게 일과 생활 전반에 있어서 디지털화·재택근무·비대면(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관광업계를 한없이 당혹게 하는 내용이다.

애초에 관광이라는 것이, 낯선 곳으로 이동, 숙박하고, 먹고, 접촉하는 그야말로 물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면이 본질이다 보니, 그 당혹감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코로나로 사람의 이동과 만남이 온전치 못하고, 국경은 아예 막힌 상태인 현재의 피해는 차치하고서라도 관광은 전망이 가장 불안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산업은 다른 형태로 변화가 가속될 뿐 소멸하지도 반감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그 변화의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사실 관광분야는 과거 몇십 년간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으며, 최근에도 빠르게 변하던 중이다.

그 변화의 방향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디지털화'다.

1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초 여행사 '토마스쿡'이 지난해 몰락하면서, 15만명이 해외관광지에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보도된 적이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이미 퇴출당하기 시작했고 갈수록 지배력을 잃고 있다. 그 대신 익스피디아 등 3개 온라인 여행사(OTA)가 전 세계 시장의 86%를 거머쥐고 있고, 국내는 글로벌 OTA에 더해 야놀자 등 국내 OTA가 가세해서 시장의 62%를 점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이 디지털로 무장한 OTA가 관광시장의 거래를 점령한 후, 관광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관광 트렌드를 좌우한 지 오래고, 이 또한 관광시장 확대를 이끌어 왔다.

그 외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 등은 관광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으나, 관광의 본질인 이동하고, 체험하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매력을 강화하는 역할로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 혼행(혼자여행)등 관광패턴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혼밥·혼술 등 행동패턴의 변화가 여행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혼행 또한 여행시장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방한 외국인 중에 재방문자가 58%까지 높아지면서, 혼자서 한국여행을 즐기는 비율이 2014년에는 24%이던 것이 2018년에는 31.5%까지 높아졌다. 동반자와 같이 하더라도 동반자 수가 평균 2.9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행업은 본질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먹고 사는 업종이다. 그러다 보니, 2012년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단체관광객이 급감하고, 2016년에는 중국단체관광객이 급감하자 인바운드 여행사가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국 모두 개별여행객(FIT)를 중심으로 상당 수준 회복됐지만, 인바운드 여행사는 침체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여전히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

셋째, 페키지 여행은 퇴조하고 ‘착한 여행상품’의 시대로 회귀할 것이다.

전후 대량 소비시대와 더불어 관광도 대량 관광시대를 구가해왔다. 최근에는 LCC의 공급 증가는 해외여행 수요를 늘리고, 수요가 다시 공급을 늘리는 순환을 거듭해 왔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도 아무나 해외여행 하는 시대를 즐겨왔다.

이제 LCC의 퇴조가 저가 페키지 여행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다. 그 대신에 가치존중 여행이 힘을 얻을 것이다. 

공정한 여행, 사회적가 치를 존중하는 여행, 일과 쉼의 균형 등 개인의 가치를 반영한 여행이 새로운 흐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국내 여행에서는 여행사 상품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 일본은 여행사를 통한 국내여행 상품이 활성화된 반면, 한국은 마이카로 한밤중에라도 출발하면 국내 관광이 가능하다.

일본은 지방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일본 대중교통이 살인적으로 비싼 영향이 크다. 그래서 왕복 신칸센 비용보다 싼 여행사 상품을 구매해 국내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우리는 대중교통,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그덕에 예약도 계획도 없이 아무 때나 차를 끌고 달리면 국내관광이 가능했다. 국내 여행에서 여행사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일본은 30%대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3.3%로 조사됐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에는, 국내 여행도 해외여행 하듯이 미리미리 신중하게 계획하고,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여행사의 세미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는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는 현지에서 착지(着地)여행상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일어날 수 있다.

해외나 국내 대도시 대형 여행사가 모객한 고객을 목적지의 여행사가 인계받아 안내하던 방식에서 제발로 찾아온 관광객을 목적지의 여행사가 모아서 안내하는 형태를 말하는 착지형(着地型)여행 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일본은 민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에서 여행사 상품 구매와 착지형 여행이 동시에 활성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네가지 변화는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지방 관광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며,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어느 교수는 현재상황을 두고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겨루는 '코로나 올림픽'"이라고 표현하였다.

우리 한국이 코로나에 대한 K-방역이 전세계의 금메달감으로 평가받고 있듯이, 관광산업도 좀더 빠르게, 높이 뛰어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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