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패션업계] 출구없는 전쟁에 아우성…K패션 생태계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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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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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스·월마트·갭 등 미국·유럽 대형업체 주문 백지화

  • 저마다 자구책 마련…인력 구조조정으로 '버티기' 돌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섬유·패션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들어오던 주문이 하나둘 끊기더니 4월부터는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혔다. 섬유소재 수출 세계 7위, 기술력 세계 4위를 자랑하는 국내 섬유산업이 뿌리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섬유·패션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 백화점 콜스(Kohl’s)는 지난달 한국 중견 의류기업들에 발주했던 주문을 취소했다. 취소 주문 규모는 약 1억 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직·간접적으로 얽힌 국내 기업 10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콜스백화점은 주문 취소에 따른 수수료도 부담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인 만큼 주문 취소에 따른 법적 책임도 없다는 주장이다. 콜스 외에도 갭, 나이키 등 대형 의류·스포츠 브랜드와 월마트 등 유통기업들이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주문을 속속 백지화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패션업계의 내수 불황은 코로나19발(發) 팬데믹(세계적 유행) 여파로 한층 더 심화됐다. 안팎의 판로가 모두 닫치면서 섬유·패션업계를 이끄는 의류 벤더(주력 공급사)들은 물론 실핏줄처럼 연계된 섬유 패션 기업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섬유산업은 해외 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로 하는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 등 대형 벤더사를 중심으로 원단, 편직, 염색, 날염 등 2·3차 협력업체(벤더)들이 촘촘히 얽혀 있는 구조다. 의류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단추·지퍼 납품 업체나 원단 제조기업, 염색·부자재 등 관련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금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섬유·패션 기업들은 급기야 인력 구조 조정을 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특히, 수출 비율이 높은 벤더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본격화되면서 '실업 대란' 발생 우려도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자가격리가 끝난 미국·유럽 바이어들이 돌아올 때마다 두려움과 사투를 벌인다"면서 "주문 전량 취소를 당하는 경우 곧바로 인력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바이어에게 '100% 주문취소'만 하지 말아 달라고 빌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정부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수혈한다고 발표했지만 섬유·패션산업은 제외됐다. 섬유산업 종사자는 약 28만명, 업체는 4만6000여개에 달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회원사의 건의 사항을 취합해 업계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와 달리 미국 과 유럽이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브랜드사들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 한 데에 따른 실적 부진이 2분기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단기 오더 비중이 높은 캐주얼 니트 OEM기업들의 분기 변동성이 더 클 것"이라면서 "브랜드사들이 봄을 건너뛰고, 곧장 여름 시즌을 대비하는 추세로 관련 수주 공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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