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도시전쟁]"인구가 미래다"…항저우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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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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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인구보너스, 쟁탈전 치열

  • 저장·광둥성 1년새 288만명 유입

  • 베이징·상하이 등 정체 현상 뚜렷

  • 지난·푸저우 인구·경제 모두 열세

지난해 중국 도시별 인구 증가폭 1위를 기록한 항저우 전경. [사진=바이두 ]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수는 1465만명으로 전년보다 3.8%(58만명) 감소했다.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중국의 출생률은 2016년 12.95에서 2017년 12.43, 2018년 10.94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6~59세 인구는 500만명 가까이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800만명 넘게 늘었다.

오는 2024년에는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넘겨줄 것이라는 유엔 발표도 나왔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 비결로 언급돼 온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가 사라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비율이 높고 고령층이 적어 노동력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저축률이 상승했던 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후커우(戶口·호적) 규제를 완화해 농촌 인구의 도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지방정부는 고급 인재는 물론 젊은 노동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주요 도시마다 '인구를 얻는 자가 미래를 얻는다(得人口者得未來)'와 같은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치열한 인구 쟁탈전 와중에 어떤 도시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저장·광둥성 강세 속 '항저우 굴기'

27일 각 도시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항저우로 55만4000명이었다. 이어 선전(41만2200명), 광저우(40만1500명), 닝보(34만명), 포산(25만2900명) 등의 순이었다.

5위권 명단이 저장성 도시 2곳, 광둥성 도시 3곳으로 도배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자리가 계속 늘고 거주 환경이 양호한 곳으로 인구가 몰리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항저우의 도약이 눈에 띈다. 2014년 상주인구 889만명이었던 항저우는 지난해 1000만 도시(1036만명) 대열에 합류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주간지 랴오왕(瞭望)이 매년 발표하는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조사 결과에서 항저우는 13년 연속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7년은 1위였다.

수려한 자연과 중국 내 1·2위를 다투는 거주 환경, 민영 기업 중심의 자유분방한 경제 구조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알리바바의 본사 소재지인 항저우는 정보기술(IT) 인재 유입률이 중국 1위이며, 하루 평균 600개 기업이 새로 생긴다. 지난해 전문대 이상 학력자 비율이 광저우와 선전을 넘어섰다.

항저우 외에 닝보도 저장성의 인구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1900억 위안으로 톈진·난징·정저우·창사 등 직할시나 웬만한 성도(각 성의 수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광둥성은 지난해에만 인구가 175만명 증가했다. 선전과 광저우, 포산, 주하이, 둥관 등 제조업 및 IT 산업 기지들이 즐비한 덕이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


◆베이징·상하이 '주춤'…중서부 거점도시 주목

저장성이나 광둥성과 달리 중국 최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인구 증가폭은 미미하다.

지난 5년간 베이징 인구는 2만명 느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6000명 감소했다. 상하이도 5년간 증가폭이 4만3600명에 불과했다.

인구 정체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후커우 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지방 도시들과 달리 이미 인구 포화 상태인 베이징과 상하이는 여전히 강도 높은 규제를 유지 중이다.

경제적 성숙도가 높아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취업난이 심각한 게 또 다른 이유다.

지난해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제 성장률은 각각 6.1%와 6.0%로 항저우(6.8%)나 선전(6.7%)보다 낮았다. 성장세가 가파른 지역으로 젊은 노동력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해 인구 증가폭 순위에서 6~10위는 청두(25만1000명), 창사(24만명), 충칭(22만5300명), 정저우(21만6000명), 시안(19만9800명) 등 중서부 거점 도시들이 차지했다.

모두 각 성의 성도이자 경제 중심지라 인근 중소 도시나 농촌의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지난·푸저우, 아우만 못한 형들

베이징 등 4대 직할시를 제외한 27개 성급 지방정부 가운데 상주인구 수 1위가 아닌 성도는 산둥성 지난과 푸젠성 푸저우가 유이하다.

산둥성의 경우 칭다오가 949만9800명으로 가장 많고 지난은 890만8700명으로 2위다.

내륙인 지난보다 동부 연안에 위치해 무역이 발달한 칭다오로 더 많은 인구가 몰린 탓이다. GDP 규모도 칭다오(1조1741억 위안)가 지난(9443억 위안)을 앞서 명실상부한 산둥성 최대 도시다.

푸젠성 성도인 푸저우는 상주인구 780만명으로 취안저우(874만명)에 이은 2위다. 인구 기준 최대 도시가 아닌 것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경제적 위상이다.

중국에는 시장이 부부급(副部級·부성장 및 차관급)인 도시가 15곳인데 푸젠성에서는 푸저우 대신 샤먼이 포함됐다. 동부 연안의 성도 중 푸저우만 유일하게 빠졌다.

또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점 개발 도시로 경제 체제 및 관리 권한이 성급 정부에 준하는 '계획단열시(計劃單列市)' 5곳의 경우도 푸젠성에서는 푸저우 대신 샤먼이 선정됐다.

한 현지 소식통은 "푸저우는 행정 등급이 역내 다른 도시보다 낮은 유일한 성도"라며 "최근 IT·서비스업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아직 샤먼과의 격차는 상당한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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