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안진 고소한 진짜 이유

이혜지 기자입력 : 2020-04-10 14:43
풋옵션 행사 가격 두고 입장차 커 "자금 마련 어려워 시간 끌기 전략" 안진회계법인 공식 입장 '묵묵부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풋옵션 가격 산정에 대해 검찰 고발을 감행한 데 대해 일각에선 신창재 회장이 지나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사진=교보생명]

[데일리동방]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 가격 산정과 관련해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소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10일 익명을 요구한 회계법인 출신 금융권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보험사들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지급할 자금 마련이 어려워 시간 끌기용 작전으로 검찰 고발을 선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기업가치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으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에 의뢰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현재 신 회장이 지금까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FI 측에서 주식을 매수해줬기 때문"이라며 "안진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객인 FI에게 유리하도록 가치를 산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8%를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36.91%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교보생명은 FI들에게 △IPO(기업공개) 성공 후 차익 보전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FI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며 협상안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추진하던 IPO가 미뤄지자 FI들은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FI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자금이 필요할 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일정 수익만을 취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 기업 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지거나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손해를 보게 되므로 기업에 풋백옵션 등의 보증이나 담보를 추가로 요구한다.

중재재판에서 FI가 제시한 가격에 가까우면 신창재 회장은 1조원을 어피너티컨소시엄에 배상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6%이고,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4%다. 중재재판에서 풋옵션 가격이 신창재 회장이 원하는 수준까지 낮아지지 않는다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난 9일 교보생명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를 통해 공인회계사법 제15조, 제22조 등의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보도자료에서 "일반적인 기업 가치평가와는 달리,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는 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은 FI 풋옵션 행사시점이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같은 해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그룹 주가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법률대리인은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 기준일을 앞당겼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풋옵션이란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보통 풋옵션에서 정한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으면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시장가격대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반대로 옵션행사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풋옵션 권리를 행사해 차액을 챙길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분쟁이 지속될수록 교보생명 기업의 평판만 나빠져 회사 측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FI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도록 한 사안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며 "우리는 당사자는 아니다. 중재는 검찰이나 회계위원회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안진회계법인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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