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김 선생'이 소비자 물가를 방어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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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4-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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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0%..."예상 밖 선전"

  • 요리 수요 늘며 가공식품·축수산물 1.7%, 6.7%, 7.3% 상승

  • 해외여행·호텔 이용·외식은 '코로나 찬물'...소비심리 '꽁꽁'

  • 통계청 "근원물가 더 하락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는 아닐 듯"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외식을 끊었다. 대신 평소 안 해먹던 집밥을 해먹는다. 데워 먹는 수준이 아니다. 진짜 요리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하며 3월 소비자 물가는 꼬꾸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이 전망을 뒤집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1월 1.5%, 2월 1.1%에 이어 3개월째 둔화하고는 있으나, 코로나19로 내수가 위축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집밥이 복병이었다. 지난달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사람이 늘었다. 식재료 소비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핀테크 업종에 종사하는 김희은씨(31)는 "재택근무를 한달 넘게 하면서 배달 음식 비용이 부담되고 질리기도 해서 조리법을 보고 하나씩 만들어 먹고 있다"며 "지금까지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삼시세끼'나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공식품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7%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6.7%, 7.3% 상승했다. 달걀도 20.3% 올랐고,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는 9.9%, 5.0%씩 상승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일부 품목에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지만, 해외여행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취미활동 분야엔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고스란히 통계에 반영됐다.

3월 해외 단체여행비(-6.6%)와 호텔 숙박료(-5.2%), 콘도 이용료(-3.1%)가 모두 하락했다. 외식물가는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인데도 0.9% 상승에 그치며 올해 들어 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3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0.5%로,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였던 2월(0.4%)에 이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으로 승용차 가격이 낮아지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관련 제품 가격이 내려가며 물가를 끌어 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가 물가 상승과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3월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며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 패턴의 변화와 경기 부양 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3월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0.4% 상승에 그쳤다. 이는 1999년 12월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근원물가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0%대 저물가에 이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로 인한 장기간의 물가 하락 현상)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그런데도 소비자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안 심의관은 "정부 정책과 경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4월 개학 후 교육정책 영향이 반영되면 근원물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지난해 물가가 낮았기에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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