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로나 공동채권' 발행 놓고 존재 이유까지 되묻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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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3-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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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 경기부양책, 공동채권 발행 vs 기존 구제기금 활용

  • EU, 생존 문제 걸린 상황 vs 현실 이해관계 넘기 어려워

코로나19 사태가 유럽연합(EU)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를 묻고 있다. 앞서 국경봉쇄를 놓고 EU의 정신적 근간인 솅겐협정을 뽑아 든 데 이어 70년 유럽 공동체가 일군 최대 자산인 경제 통합까지 뒤흔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EU 27개국 정상들은 코로나19 공동 경제대책을 조율하기 위해 영상회의를 열고 6시간이나 논쟁을 벌였지만, 향후 14일 이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만 발표하며 파열음만 냈다.

이날 결과에 대해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회원국들의 단결을 외친 이탈리아의 요구 앞에 유럽 지도자들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며 "EU는 '로마 테스트'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채권인 '코로나 채권' 발행을 놓고 갈등이 깊었다. 전날 프랑스와 이탈리아·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슬로베니아·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 9개국은 일시적인 유로 공동채권 발행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타격이 극심해지자 각국의 재정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유로존이 공동으로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신용도가 낮은 국가들이 현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병원 지원이나 기업 도산 방지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이 앞장서서 이를 주장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 동안 회원국들을 돕는 데 실패한다면, EU는 존재 이유(raison d'être)를 잃는 것"이라면서 "전쟁 상황에서 획기적인 재정 수단을 사용하는 강하고 충분한 재정 대응을 원한다"고 피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금은 유럽 프로젝트의 생존 문제가 걸린 상황"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역설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가 EU에 적의와 분열의 씨를 뿌려 포퓰리즘을 촉발했다. 우리는 그때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반면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공동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국가 신용도는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채권 방식이 아닌 유로안정화기금(ESM) 구제기금을 활용한 추가 부양책을 주장하고 있다. ESM은 2012년 출범한 EU의 상설 구제금융기구로, 기금 규모가 5000억 유로(약 666조원) 수준이다.

2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SM 구제기금을 사용한 후 일회성으로 코로나 채권 발행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 채권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EU 정상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앞서 ECB가 지난 18일 내놓은 7500억 유로(약 100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계획도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비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의 위기가 유로존 공동 재정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EU의 결속이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부유한 북부 유럽이 가난한 남부의 재정 비용을 부담하는 등의 이해관계를 현실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투자은행인 베렌베르크 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와 CNN 등에 "EU 지도부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연대하지 못한다면, 향후 EU 협력은 어렵다는 대중의 인식을 오랫동안 형성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남부 유럽에서 북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코로나19 공동 경제대책을 조율하기 위해 화상회의 중인 유럽연합(EU) 정상들의 모습.[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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