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위기에 강한 경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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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03-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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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팬데믹은 아직 시작 단계, 긴 호흡으로 위기 대응 플래닝을 준비해야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악몽이 현실화되나. 전례 없는 대재앙이 지구촌을 무참하게 휩쓸고 있다.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 사람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세상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번 재앙을 1997년 혹은 2008년의 위기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제는 한 발 더 나갔다. 1929년 미국의 증시 붕괴로 시작되었던 대공황에 비유할 정도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3년간 전 세계 무역량의 60%가 감소하고, 50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급기야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중세 페스트 이후 가장 치명적인 팬데믹으로 기억되고 있는 스페인 독감은 당시 16억 세계 인구 중 6억명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5000만명에 달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피해 규모와 파장이 1929년 대공황 사태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 인구가 거의 5배나 증가하였으며, 경제 규모는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났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지구촌이 초(超)연결사회로 엮이면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빠르게 전이되는 현상을 보인다. 미국발(發) 혹은 중국발(發)이라는 소리가 한낱 궤변으로만 들릴 정도로 글로벌 커뮤니티가 하루아침에 초토화되고 있는 판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겨를이 없다. 우선은 방역에 올인해야 하겠지만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붕괴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특정 국가 혹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딜레마의 폭과 깊이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개별 국가의 이기(利己)에서 비롯되고 있는 ‘각자도생’이다. 국경을 폐쇄하면서 국가고 개인이고 살아남을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남의 사정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작년 12월 우한에서 발생했을 시점에 전 세계가 같이 문을 잠그고 방역에 치중하는 국제적 공조를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결국은 다 같이 우리에 갇힌 꼴(셧다운)이 되고 말았다. 한동안 국가마다 홀로 살아남기 행보가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다. 아직은 절정이 아닌 것 같다. 더 큰 고비를 넘겨야 서막이 보일 것이다. 빨라야 6월 말, 아니면 연말까지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상황이 진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빙성이 부족하다. 우리의 경우도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안심할 단계는 결코 아니다. 일본은 상태를 은폐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유럽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고, 미국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2위 인구 대국인 인도도 심상치가 않고, 동남아와 중동에서도 전염 속도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한 국가 혹은 지역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방역도 그렇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우울한 경제 전망치 속보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반기 중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번갈아 50% 전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로존은 이보다 더 큰 피해가 나올 수도 있는 처지다.

영세업자 지원·주력산업과 수출시장 점검·팬데믹 종료 후 시장 상황 시나리오 필요

그럼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가져야 하는가. 많은 경제 예측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갈수록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약방의 감초 같은 오명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정부도 이에 대해 수긍하면서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자영업자, 심지어 개인에 이르기까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속수무책이 아닌가 싶다. 쏠 수 있는 실탄도 제한적이고, 플래닝을 하고 있는 현 경제팀에겐 이번 위기의 크기가 너무 버거워 보인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면서 갈피를 제대로 못 잡는 행태가 자주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교체 타이밍도 되긴 했으니 빠를수록 좋다.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3개 유형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는 단계적인 것이 아니고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들이다. 하나는 당장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혹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다. 둘은 주력산업과 주력 수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안들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다. 셋은 팬데믹 종료 후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경기 진작 수요에서 일어나는 ‘코피티션(Coopetition·협력과 경쟁의 동시 진행)’에 대한 대응이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연이어 나올 의료 장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양적 완화로 글로벌 시장에 풀린 엄청난 자금들이 경기 진작 수요로 몰릴 것이 확실하다. 위기에 강한 경제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가 총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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