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증시] 다우지수 또 곤두박질..."연준, 극약 처방에도 완전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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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3-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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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중 다우지수 12%(2773p) 곤두박질...개장과 동시에 서킷브레이커 발동

  • "연준 금융조치, '팬데믹 공포감'이 원인인 글로벌 연쇄 폭락세 못 막아"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또다시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기록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또 경신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제로금리·양적완화'라는 긴급 처방을 발표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연준의 완전한 실패'였다. 이와 같은 선제적·기습적·파격적인 통화완화 조처에도, 시장에 만연한 코로나19 공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 30분 미국 뉴욕증시는 3대 주요지수 모두 일제히 폭락세를 보이며 문을 열었다. 뉴욕증시 간판인 다우지수는 전장(2만3185.62) 보다 9.78%(2268.09p) 주저앉은 2만917.53에 개장했다. S&P500지수는 전 종가(2711.02)에서 7.46%(202.43p) 내린 2508.5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7874.88)에서 6.12%(482.15p) 미끄러진 7392.73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S&P500지수는 이날 문을 열자마자 8.14%까지 곤두박질치며 결국 15분간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당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9.71%(2250.46p)와 6.12%(482.15p) 하락한 2만933.16과 7392.73에 장을 멈춰섰다. 이번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최근 '코로나19 패닉장 국면'에서 지난 9일과 12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거래 재개 후에도 폭락세는 그칠 줄 몰랐다. 장중 한때 다우지수는 하락세가 12%까지 커지며 2773p(포인트)나 곤두박질쳤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낙폭을 10% 안팎까지 키웠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월 말 기록한 전고점보다 27% 이상 낮아졌고, 다우지수는 29%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16일 다우지수 추이.[자료=시황페이지]


이날 폭락세를 놓고 월가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월요일장 거래 초반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패닉장 국면'에 들어선 후 매주 최악의 하락세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개장과 동시에 몇 분동안 S&P500지수에 등록된 대기업들의 시총 2조달러(약 2456조원)가 날아갔다.

이에 대해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감에서 시작한 글로벌 증시의 연쇄 폭락세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15일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책으로 '제로금리'(0%)와 7000억 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QE) 카드를 꺼냈고,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도 글로벌 공조 행렬에 동참했다.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p 내린데 이어 이날도 1%p 추가로 '깜짝' 인하해 미국 연방기금금리(FF)를 0.00%∼0.25%까지 떨어뜨렸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연준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연준의 조치가 시장 작동에 도움을 줄 순 있지만,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매하기까지는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도달한 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바이러스를 고칠 순 없다. 오직 시간과 약만이 고칠 수 있다"며 유동성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국 의회에 추가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촉구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슬라브 마테즈카 JP모건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는 "시장 반등을 위해 훨씬 더 공격적인 재정정책 대응이 필요할 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코로나19가 명확히 정점을 지났다는 징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장이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면, 기존의 가격부양책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 나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를 시험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엄청난(tremendous)' 통제 아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500명 이상 늘어난 3485명으로 나타났고, 65명이 사망했다.

이날 앞서 CNBC와 인터뷰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 장관의 발언도 시장 폭락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일(코로나 사태)이 끝나면 엄청난 양의 억압 수요(pent up demand)가 생길 것이다. 이 사태는 끝이 난다"고 강조했지만, "목표는 기업을 구제하지 않는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은 "연준이 행동을 취했으니 은행 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연준이 이슈를 앞서가고 있어 고맙다. 아무도 은행에서 돈을 빼내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기업들을 위한 유동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시장에 미국 정부가 추가 재정대책에 조심스럽다는 시그널로 작용해 미국 운송과 석유 부문 기업의 단기 파산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증시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주식은 15% 넘게 하락하는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날 앞서 문을 연 아시아 증시와 유럽 증시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16일 일본 증시 간판 닛케이지수는 전장보다 2.46%(429.01p) 하락하며 2016년 11월 9일 이후 최저치인 1만7002.04에 장을 마쳤고,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도 2.87% 내린 1720.58에 마감했다. 호주 S&P/ASX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9.7% 폭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3.4%와 5.34% 하락하는 등 중화권 증시도 3~4%대의 낙폭을 보였다.

같은 날 개장 직후 8%대까지 낙폭을 키워가던 유럽 증시는 5%대 하락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유럽 중부시각 기준 이날 오후 5시 30분 범유럽권 지수인 Stoxx50지수는 전장보다 5.85%(151.18p) 미끄러진 2434.84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각 독일 DAX지수는 전장보다 5.26%(485.83p) 하락한 8746.25에, 프랑스 CAC40지수는 5.75%(236.89p) 떨어진 3881.46, 영국 FTSE100지수는 4.13%(221.86p) 떨어진 5144.25으로 장을 닫았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FTSE MIB지수는 전장보다 6.12%(976.50p) 주저앉은 1만4972.50에, 스페인 IBEX35지수는 7.94%(526.60p) 폭락한 6103으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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