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ABC행정] (下) “마스크 대란, AI가 막는다“

이범종 기자입력 : 2020-03-13 07:48
사태 종식 후 강화학습으로 인적·물적 자원 수급 대비 데이터 3법 통과로 ‘가명 정보’ 활용 범위 관심 중국식 ‘빅브라더’ 대안, 블록체인 활용 ‘분산신원증명’도

12일 오후 서울역 인근 약국에 ‘공적 마스크 오늘 분량 마감’이 붙어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Block Chain), 클라우드(Cloud) 등이 재난 극복의 바탕에 자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가짜뉴스 확산 대응 연구의 필요성, 인공지능을 통한 물자 수급 효율화 가능성 등을 전문가 목소리로 짚어봤다.<편집자주>

서울시는 12일 구로구 소재 콜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2명으로 파악된다고 발표했다. 수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확산되자 마스크 수급은 더 긴급해졌다. 마스크 대란을 두고 오락가락한 정부지침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한 불을 끄려는 노력은 전방위에서 진행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은 마스크 수입 통관 절차를 줄이고 전국 34개 세관에 ‘마스크 수입 신속 통관지원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 IT업체도 마스크 도우미로 나섰다. 정부가 공적마스크 재고 현황을 공개한 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가까운 약국 내 마스크 재고 현황을 자사 앱으로보여주고 있다. 병원·약국 공공데이터 앱 굿닥도 최근 업데이트로 ‘마스크 스캐너‘ 기능을 추가해 마스크 수량을 보여준다. 개인 개발자가 만들거나 대학교 동아리가 개발자와 합작한 누리집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포털과 약사들의 재고 입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우선 관련 데이터 처리와 전송에 10여분이 걸린다. 또한 약사들이 재고 입력으로 데이터 생성에 협조해야 한다. 일부 약국 내 번호표 발급 등 현장 상황이 실시간 반영되기도 어렵다.

이처럼 정부의 일괄적인 데이터 공개와 이에 발맞춘 프로그램 제작으로는 마스크 수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사태가 끝나면 관련앱과 지도 역시 잊혀지게 된다는 점도 우려된다.

◆“마스크 제대로 수급하면 보상” 강화학습으로 대비

학계에서는 AI가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로 쌓인 데이터를 학습해 인적·물적 자원 배분에 활용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력한 방법으로는 강화학습이 거론된다. 기계학습(머신 러닝)의 일종인 강화학습은 사람이 규칙과 보상 체계를 정해놓은 기계학습이다. 에이전트가 주어진환경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할 때 보상 받음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인다. 에이전트는 사용자 대신 작업하는 자율 프로그램이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도 강화학습으로 성장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AI융합학과의 콜로키움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문 국민체육진흥공단 기술사는 에이전트가 놓인 환경에 전염병의 단계와 확산속도, 확진자와 검진자 수, 에이전트 보상체계를 세우는 방식을 제안했다.

에이전트는 주어진 환경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지자체로 분배한다. 마스크 분배가 효율적일수록 보상값은 높아지는 정책이 따른다.

시행착오가 진행되는 동안 에이전트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마스크를 읍·면·동 단위로 분배한다. 주어진 환경은 각 지자체에 나눠진 마스크 수가 적절한지 평가해 보상값으로 1점 또는 -1점을 준다. 에이전트는 이런 정책에 따라 환경과 상호작용 하며 마스크 분배 기준을 만들어간다.

이런 환경과 보상 정책을 만들려면 전염병 사태를 극복해온 각계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 기술사는 “환경을 설계할 때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사태를경험한 전염병 전문가가 참여해 전염병 단계와 확산 속도, 확진자와 검진자 수 등 환경 변수에 따라 지역별로 어떻게 마스크가 분배되어야 적절한지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학습 전문가는 전염병 전문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에이전트 학습 환경을 설계한다. 현장 경험과 판단력을 가진 전염병 전문가는 강화학습 전 과정에 참여해 적절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모델을 활용한 마스크 분배 시스템의 사용자 환경(UI) 제작에는 프로그래머가 참여하면 된다.

조 기술사는 “사스와 메르스, 이번 사태에 확보된 데이터로 강화학습 해야 다음에 올 지 모를 전염병 확산 속도와 예비 검사 인원, 마스크 수급 대응 방침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6일 알파고 개발팀 딥마인드가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일부 단백질 구조 예측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진=순다르 피차이 트위터 갈무리]

◆감염 예측·대응법, 데이터3법에 기대감

지자체의 확진자 동선 공개는 이번 사태에서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 예방과 차단에 필요한 경우 환자와 의심자 위치정보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경찰 요청에 따라야 한다. 메르스 당시 확진자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환자 동선 발표가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 지자체별로 확진자 관련 정보 공개 범위가 달라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확진자 동선을 개인별이 아닌 장소별 통계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학계에서는 확진자 동선 비식별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위기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이상원 원광대 컴퓨터·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공학적인 측면에서는 비식별화를 활수록 데이터 손실이 많아져 정보 누락과 왜곡이 발생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정부의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안겨줬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QR코드로 개인의 건강정보와 여행 이력, 위치정보 등을 실시간 확인해 주민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쳇 등에 추가된 ‘건강 여권’ 기능으로 녹색과 빨강, 노랑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식이다. 녹색은 이동이 자유롭지만 빨강과 녹색 판정이 나면 각각 14일과 7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중국은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자평하지만 빅 브라더 논란을 낳고 있다. 개인 정보를 이용한 통제는 국가 감시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서다.

이 때문에 1월 통과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개정으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가명 정보’ 개념이 생겼다. 가명 정보는 통계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활용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세부 시행령과 시행 규칙은 늦어도 다음달 초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는 가명 정보 활용 가이드라인과 법령 해설서를 법이 시행되는 7월 마련한다. 보건복지부도 8월까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세운다. 병·의원 접수 시 여행 이력 정보 사전 확인도 의무화한다.

클라우드 활용도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연말까지 '디지털정부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해 내년 연말까지 구축한다. 디지털정부 클라우드 플랫폼은 서버·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도구 등 정부 기관이 디지털정부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재설계할 때 필요한 기반환경을 클라우드로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AI·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공통기반 안정성을 시험한다. 내년 말에는 행정·공공기관에 시범 적용한다.

공중보건과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는 블록체인이 유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정보 통제권을 개인에게 주고 보안성은 높일 수 있어서다.

이더리움 기반 기술회사 컨센시스의 안다미 한국 총괄 대표는 “집이나 직장 주소, 의료와 상관 없는 개인 정보 등을 거르고 상황에 맞는 정보만 제공할 수 있는디지털 아이디(DID) 기술이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DID는 ‘분산신원증명(탈중앙화 신원증명)’을 가리킨다. 불편한 공인인증서로 중앙서버에 신원 정보를 모으는 방법을 벗어난다. 대신 스마트폰 등개인 기기에 신원 정보를 분산·저장·관리한다. 이 방법을 쓰면 외부 해킹으로 기관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정보가 남용될 가능성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DID 적용 범위는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비롯해 은행 계좌번호에서 소셜 미디어 프로필까지 다양하다.

근본적인 과제는 유행 따라 뜨고 지는 기술 풍토다. 이상원 교수는 “전임자가 시작한 사업은 후임이 지우는 사회적 풍토가 문제“라며 “복잡한 것은 기술적 해법이 아닌 사회적 해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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