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법', 신종코로나에 미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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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조아라 기자
입력 2020-02-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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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국내를 강타한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 이후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소위 '메르스법' 입법이 잇달아 추진됐다. 일부 법안은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개정된 법안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하나씩 짚어봤다.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공개...투명해진 정보 덕분에 예방 가능해져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종 코로나 국내 발생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정보의 불투명성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유로 환자가 입원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병원 이윤이 국민 생명보다 중요하냐며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당시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던 사람들은 비교적 치료가 빠른 대형병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거나 다녀간 의료기관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시민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긴 정보는 오히려 국내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정보 비공개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회는 앞다퉈 개정법안을 내놨다. 지난 2015년 7월 일부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6조 2항에 따르면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제7장 34조 2항 '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정보 공개'가 핵심 골자인 수정된 법률안은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카드명세 내역, 질의응답 등을 토대로 이동 경로, 접촉자 현황 등을 파악해 신속하게 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확진환자의 이동 경로와 방문한 가게의 상호명, 영화관 좌석번호까지 정보를 최대한 세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입원 중인 의료기관의 이름까지 실명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보 공개는 확진 환자와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 사람들이 스스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방하거나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처럼 법 개정으로 투명한 정보공개가 의무화되자 메르스 때와 달리 병원 방문으로 발생하는 신종코로나 전염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족한 음압병실 늘리고 병상 간 거리 확보...의료 환경 개선

메르스 이후 의료법 개정을 통해 다닥다닥 붙어 있던 병상 환경이 개선되고 호흡기 감염병 치료에 필요한 음압격리병실이 확대됐다.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할 당시, 확진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국내 의료기관이 다인실 위주고 병상이 좁은 공간에 밀집돼있어 감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호흡기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음압격리병실의 절대적인 수 역시 부족했다. 지난 2015년 당시 19개의 의료기관에 준비돼있는 음압병실은 79개에 불과했다.

이에 국회는 의료법 개정을 해답으로 내놨다. 지난 2017년 2월 공포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의료기관의 시설규격'은 음압병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병상 간 거리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에서의 감염을 예방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시행규칙에 따라 병상이 300개 이상인 종합병원은 전실 및 음압 시설 등을 갖춘 1인 병실을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또한 추가 100개 병상당 1개는 반드시 1인실 음압격리병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입원 치료가 가능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실은 전국에 161개, 병상은 198개로 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병상이 꽉 찰 시에 300병상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까지 포함하면 총 847병상을 신종 코로나 확진자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입원실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새로 증축하거나 새로 짓는 병원의 경우 최소 1.5m 이상, 중환자실은 최소 2m 이상으로 지정했다. 기존에는 병상 간격 규정이 없었다. 아울러 기존 6인실 위주였던 입원실에 최대 4개의 병상까지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오염지역 인근 지역도 검역 강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메르스 사태 이후 검역법이 일부 개정됐다. 먼저 '오염인근지역' 지정이 가능해졌다. 중국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입국 시에도 검역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기존에 질문지에만 의존하던 검역 절차도 3단계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강화됐다.

2016년 2월 검역법에 따라 확산 가능성이 높고 감염병이 유행하는 오염지역 인근에 있는 지역을 '오염인근지역'을 지정해 검역 관리를 강화하는 법을 신설했다.

현재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중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 7일 기준 일본에서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5명이다. 태국은 25명, 싱가포르는 30명으로 동남아시아국도 신종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해당 국가들을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국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국가를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정부는 9일 중국 외 감염이 발생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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