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현실 고발" 中정부도 못말린 '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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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1-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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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응급실 '아비규환'…'텅텅' 빈 쇼핑가 '유령도시' 방불케

  • "우한은 지옥 같다" 中정부 늑장대응 비난하기도

한 시민이 시내 한복판의 널찍한 쇼핑가에 나홀로 서 있다.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매장은 모두 문을 닫아 썰렁하다.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시내 마트 생필품 코너엔 마스크로 무장한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시내 병원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이 몰려오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손이 모자라다. 우한 폐렴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현실이다.

중국 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발병도시인 중국 우한의 상황이 현지인 등을 통해 공개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언론 통제 속에서 우한시의 정확한 실상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 속에 '시민 기자'들이 전하는 우한의 모습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난하며 전국 각지, 전 세계에 우한을 도와달라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자신을 시민기자라고 밝힌 천추스(陳秋實)가 대표적이다. 중국 동북3성에 산다는 천 기자는 지난 23일 우한시가 '봉쇄'되기 직전에 고속철을 타고 우한시로 건너왔다. 그가 우한시에 체류하며 매일 유튜브에 올리는 동영상 조회 수는 최대 100만건이 넘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유튜브 캡처화면]
 

한 영상에는 천 기자가 방문한 우한시내 제11 중점병원 응급실의 모습이 비쳐졌다.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복도에까지 길게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다. 병실이 부족해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링거를 꽂고 산소호흡기를 찬 환자도 적지 않다. 곳곳에서 "약 좀 주세요"라고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싼 의료진들은 쉴틈도 없이 분주하다.

카메라 렌즈에는 응급실 입구에 담요로 감싼 채 방치된 시신도 잡혔다. 살아있는 환자부터 살리기 위해 죽은 시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천 기자는 영상 말미에서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자기 힘만 믿고 우쭐거리며 서방국가를 적대국으로 간주했다"며 "하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스스로 난관을 헤쳐나가기 힘들다. 전 세계인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자신을 우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청년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한시는 지옥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 청년은 특히 정부의 늑장대응을 맹비난했다. 지난 22일(우한시 봉쇄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시민들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고 마작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는 것.

환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청년은 의료계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하며 "의심환자가 분명한데도 진단 키트가 없어 환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며 환자들이 죽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마스크를 쓴 채 영상을 찍고 있는 우한시 청년. 그는 중국 정부의 늑장대응을 맹비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화면]


또 다른 우한 시민이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 23일 직접 드론(소형무인기)으로 찍은 우한 시내 쇼핑가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아 거의 '유령도시'와 다름 없었다. 인구 1400만명의 중국 내륙 중심 대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도로엔 가끔씩 드문드문 배달음식 또는 생필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정도다. 
 

우한 시내 번화한 쇼핑가가 텅텅 비어있다. [사진=유튜브 캡처화면]


​우한 시민기자들의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튜브 접속을 제한하는 중국의 '만리장성 방화벽'을 뚫고 공개된 영상에 전 세계인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30억명의 인구 대이동이 이뤄지는 춘제 연휴기간을 앞두고 우한 폐렴 감염 추가 확산을 우려해 지난 23일 인구 1400만명의 대도시 우한시를 전격 '봉쇄'했다. 우한 시내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 선박·항공기·고속철이 끊기고 고속도로마저 폐쇄됐다. 우한시 인구 유출입이 완전히 차단된 셈이다. 

한편 리커창 중국 총리는 우한 폐렴 감염환자가 처음 발생한 12월 12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인 27일에야 비로소 우한시를 찾아 현장서 전염병 방역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7일 기준 우한 폐렴 확진환자 수는 2744명으로 일주일새 10배가 늘었다. 사망자 수는 8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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