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60.42…유튜브엔 바코드 번호가 찍힌 여성들이 있다

홍승완 기자입력 : 2019-12-06 00:30
이주여성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미디어 플랫폼
"2001년생 아가씨고요. 나이는 아주 적당합니다. 키는 160cm에, (몸무게) 42kg입니다."

유튜브엔 여성을 진열한 쇼윈도가 있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엔 결혼 이주를 희망하는 수십 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나이·키·몸매 치수 등으로 수치화돼 공개적으로 전시돼 있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주여성들의 소개 영상들 [사진=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

  
영상 속 그녀들은 인생의 반려자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깝다. 짧게는 2분, 길게는 12분에 달하는 영상에서 베트남 여성들은 태어난 연도와 신체 치수 등을 바코드에 적힌 숫자처럼 대답한다. 또 '화가 날 땐 어떻게 하는지',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면접을 거친다. 일종의 선별 과정인 셈이다.

그렇게 엄선된 이주여성들은 유튜브에 공개적으로 올라와 연락을 기다린다. 댓글에 품평은 덤이다. 유튜브 쇼윈도 속 이주여성들은 남성의 결여를 채울 존재이자 말을 잘 듣는 바람직한 여성쯤으로 그려진다. "일하면서 신랑을 돕고 싶다"는 여성의 답변엔 박수 소리가 효과음으로 입혀졌다. 이주여성 상품화는 그렇게 완성됐다.

결혼 과정부터 상품으로 포장된 그녀들의 모습은 위태롭다. 해당 업체 영상들이 이주여성을 '선택' 당하는 대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의 영향은 수용자들의 직접 경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더 강하다. 따라서 해당 업체가 빚어내는 '순종적' 이주여성의 이미지는 시청자들에게 지배적일 수 있다.

지난 9월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한국 미디어는 다문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토론회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결혼중개업체 유튜브 게시물로 인해 결혼 이주여성이 '돈 주고 사 온 사람'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객 인터뷰 영상에서 업체 관계자는 "남자들은 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주여성은 광고 상품에 불과하다고 고백하는 격이다.

문제를 해결할 처방전이 없지는 않다. 다만 약발이 먹히지 않을 뿐이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대한 법률 12조에 따르면 결혼중개업자는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 또는 인신매매나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 광고를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국제결혼 중개업체 온라인 영상광고 일제 점검 실적'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615건이던 불법 광고 적발 삭제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4115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지자체가 최소 연 1회 점검만 하면 되는 법적 공백에 불법 광고는 유튜브로 스며들었다.

지난 7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결혼 과정에서부터 상품으로 취급되는 이주여성들은 인격체가 아닌 그 어떤 '대상'이 돼가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이 이주여성의 왜곡된 이미지를 확장하고 유지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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