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부럽다는 금수저..LH 행복주택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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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19-12-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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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 본 누리꾼들 "금수저가 흙수저 부러워하는 격"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 인지해 철거 진행 중"

 

[사진=최근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옥외광고판을 내 건지 하루 만에 빈축을 사고 있다. 부모님에게 재정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금수저가 홀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흙수저를 부러워하는 내용이 청년들로부터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지난 1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광고를 서울 시내 대학가 버스정류장에 게재했다.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해당 광고는 말미에 '내가 당당할 수 있는가(家)!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해당 옥외광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청년들을 기만하는 광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편이 되는 학생이 행복주택대상자인 대학생,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을 부러워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행복주택은 주거가 고민인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입주 자격인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보다 낮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은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줄 정도로 주거 걱정이 없는 학생이다. 그러나 주거 고민으로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점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년을 우롱하는 광고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청년 주택 문제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저런 발상을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소득 기준을 충족해 행복주택에 들어간 삶이 과연 금수저가 부러워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라며 비판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LH 측도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LH는 3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의도치 않게 논란을 일으켜 죄송할 따름"이라며 "대학가 주변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18개 옥외광고와 대학교 안 홍보 모니터 160여 대에 송출 중인 광고를 현재 철거·중단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책 수요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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