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수요일의 전쟁] 살라딘의 후예 쿠르드족 ‘비운의 역사’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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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1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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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랑민족' 쿠르드족의 나라 없는 고통은 언제 시작됐을까.

쿠르드족의 근원은 수천년 전 고대국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과 이라크 산악 국경지대를 떠돌며 유랑생활을 하던 쿠르드족은 이민족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민첩하고, 투지가 강한 쿠르드족 전사의 기질은 비단 오늘날 무장투쟁에서 길러진 게 아니다. 중세시대 십자군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한 무슬림의 영웅 살라딘이 쿠르드족 출신이기도 하다.

강인한 살라딘의 후예 쿠르드족은 2019년 현재 약 3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구가 늘었지만 터키,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정치적·인종적 탄압을 받으며 생존전쟁을 벌이고 있다.

23일(한국시간) 새벽 터키와 쿠르드족의 한시적 휴전 협약이 종료된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국경지역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공격을 강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르드족 보호를 약속했던 미군이 시리아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분리독립의 기대를 품고 2015년부터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를 격퇴하는 데 전력을 보탰지만 또다시 버림을 받게 됐다.

쿠르드족이 서구 열강과 중동 국가 간 패권 다툼 속에서 이용당하며 배신의 아픔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쿠르드족은 한때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의 지배를 받으며 쿠르디스탄 지역에 정착했다. 독립국가를 열망해온 쿠르드족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세브르 조약을 통해 독립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터키공화국이 오스만을 무너뜨리자 연합군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이후 쿠르드족은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4개국으로 쪼개져 끝없는 분리독립 분쟁과 종족학살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서구 열강들은 인종학살 등으로 얼룩진 쿠르드족의 참상을 돕자는 목소리만 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미국 연합국이 주도한 걸프전 직후인 1990년대 초반 이라크가 쿠르드족을 무력 진압하고 말살 정책을 펼칠 당시에도 서구 열강들은 사태를 방관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미군 주둔 문제를 놓고 쿠르드 진영을 이용하려고 할 때도 터키와 쿠르드족의 마찰을 방치했다.

쿠르드족들 사이에선 "쿠르드족에게는 친구가 없다. 산이 있을 뿐"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강대국의 배신과 주변국의 탄압 속에서 3000만 쿠르드족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

 

터키군의 쿠르드 공격에 이라크로 넘어온 피란민 소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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