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前 중임해 규정 무력화"…867개 중등사학 중 59%가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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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10-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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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민 의원 “족벌 사학 방지해야”

[표=신경민 의원실]

사립대학 설립자가 총장 또는 이사장 직위를 본인 또는 친인척에게 수십 년 대물림해 문제가 됐지만, 중등사학 법인 이사장의 세습 수가 훨씬 많아 이사장 임기 제한 및 중임 연한을 규정해 족벌 사학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17개 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867개 중등사학 법인 이사장 중 59%인 495명이 설립자 또는 전 이사장의 친인척에게 세습된 것으로 확인됐다.

◇30년 넘게 이사장 재직자 68명, 20년 이상 이사직 유지 478명
20년 이상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는 중등사학 이사장은 전국에 121명에 달했으며 경기도 지역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년 이상 이사장으로 재직한 이사장은 68명이었고 충남 지역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년 이상 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사도 전국에 478명이 있었다. 강원도 지역이 가장 많은 87명이었다. 30년 이상 재직한 이사장은 183명으로 확인됐고, 서울·충남 지역에서 22명으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설립자 본인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거나 세습한 지역은 경기도 지역 79명, 서울 지역 64명, 경북 지역 55명 순이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장·이사 및 감사의 임기는 정관으로 정하되, 이사는 5년을 초과할 수 없고, 중임할 수 있다. 감사 임기는 3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해 중임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중등사학 법인은 이 규정에 따라 설립자 본인이나 친인척 세습으로 수십 년 동안 사학을 운영할 수 있었다.

◇견고한 친인척 이사회 카르텔, 폐쇄적 학교 운영의 지름길
설립자 본인 또는 친인척 가족이 운영하는 족벌사학이 전국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법인 이사회 임원들이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차지할 경우, 이들이 형성한 카르텔로 인해 학교 인사·예산 집행 등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사장 친인척 세습에 대해 교육청이 실태는 파악할 수 있지만, 현행 사립학교법 규정상 중등사학 친족 관련 규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재홍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학교법인팀 주무관은 “이사장도 이사에서 선출되는데, 임기가 5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을 뿐 임기 전에 중임하면 이사회에서 호선을 통해 계속해서 이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며 “친족 관련 규정은 이사회에서 4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밖에 없기 때문에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실질적인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성희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장은 “사립대학은 교육부 관할이지만 초·중·고등학교는 기본적으로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며 “교육청에서 요청이 오면 협력해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사립학교 세습 이사장에 대한 문제는 중등사학뿐만 아니라 사립대에서 먼저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표창장 의혹을 제기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경우 25년간 총장으로 재직했지만, 본인의 석·박사 학위가 허위 의혹을 받으며 동양대 현암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교육부는 최 총장의 워싱턴침례대 교육학 석·박사 학위 진위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 “교육부 감사 과소한 처분 아니야”···제 식구 감싸기 지적도
행정기관이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사립대 교수회들의 모임인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가 지난 6월 사립대 비위를 조사한 교육부 감사실과 교피아의 유착관계를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한 공익감사에 “자체감사기구의 독자적인 판단과 처분은 최대한 존중돼야 함을 고려할 때 교육부가 과소한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신경민 의원은 “사립대 교수 1200명이 서명해 교육부 감사실을 감사해달라는 청원을 낼 정도로 교육부가 신뢰를 잃었다”며 “이사장직을 무제한 중임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를 검토해 사학의 세습·족벌 경영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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