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제재 위협·유럽 무기수출 금지에도 터키, 쿠르드 공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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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0-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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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압도적 화력으로 시리아 접경지대 요충지 장악

  • 국제사회 비난 고조...美 제재 위협·유럽 무기수출 금지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에 나선 지 나흘 만에 요충지를 점령했다. 터키를 상대로 미국이 경제제재를 위협하고, 유럽 각국이 무기 수출 금지를 결정했지만 터키는 아랑곳 않은 채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터키군, 시리아 침공 나흘 만에 요충지 점령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시리아 접경지대 라스 알-아인 중심부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라스 알-아인은 쿠르드족이 2013년부터 통제하던 곳이다.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수 차례 이곳을 공격했지만 쿠르드민병대(YPG)가 이곳을 사수해왔다. IS를 격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쿠르드족이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운 터키군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터키 관영언론 아나톨루통신은 "작전 개시 이후 24개 마을을 해방했으며 PKK(쿠르드노동자당)·YPG 테러리스트 459명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간주,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여긴다.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에서 30㎞까지 진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일 밤부터 시작된 이번 작전으로 쿠르드족 병사 74명,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이 49명, 민간인이 30명 사망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집계했다.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서 5㎞ 이내 지역에는 약 45만 명이 거주 중이다. 유엔은 전날 낸 성명에서 "이미 약 10만명이 피란을 떠났다"며 상수도 시설도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美 경제제재 위협·유럽 무기수출 금지로 압박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맹비난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사실상 묵인해 IS를 격퇴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쿠르드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뒤늦게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안을 꺼내들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터키가 군사작전에서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 있는" 경제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가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14일 외무장관 회의와 17∼18일 EU 정상회의를 통해 터키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방 주요국의 제재 위협에도 터키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달러에 대해 가치가 3%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석방을 두고 양국 갈등이 고조됐을 때 리라화 가치가 하루 만에 20% 폭락하면서 터키 경제가 동요하던 때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이다.

◆터키에 국제사회 비난 쏟아져...IS 부활 우려도

프랑스, 독일, 헝가리,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각지에선 12일 터키의 군사작전을 규탄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각지에 모인 시위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테러리스트,' '독재자'라고 외치면서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한 틈을 타 IS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쿠르드족은 IS 격퇴전에 선봉에 섰고, IS가 공식적으로 패망한 뒤에도 잔당 소탕을 이어왔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터키군에 대응해 감시가 소홀해진 사이 IS 포로 수용소에서 폭동과 폭발을 통한 탈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에는 쿠르드 마을 까미슐리에서 IS가 배후를 자처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폭발로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지난해 미군의 시리아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공개된 NBC 인터뷰를 통해 "IS를 향한 압박을 계속하지 않으면 IS가 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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