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칼럼] 메콩 연대기와 신남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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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입력 2019-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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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사진=외교부]


메콩강은 한때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로서 통합과 번영의 상징이었다. 앙코르 문명의 건설자로서 인도차이나 반도 대부분을 통치했던 크메르 왕국은 9세기부터 메콩강의 수자원을 활용, 농업과 경제를 발전시켰다. 수많은 농업용 저수지와 이를 잇는 수로들이 건설되었다 하니, 앙코르 문명은 물(水) 문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앙코르 문명의 절정기에 쌀 수확은 3~4배 증가했고, 경제 역시 부강해졌다. 12세기에 이미 시엠 립은 세계 최대의 도시가 되었다 하고, 또 세계적 유산인 앙코르와트도 이때 건설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앙코르 문명의 몰락을 앞당긴 것 역시 물이었다. 그 징후는 14세기부터 있었다.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보다 많은 농지를 요구했고 삼림은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수로와 저수지들이 홍수와 가뭄에 취약해지면서 수자원 관리 시스템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기후학자와 지질학자들은 이 무렵 시엠 립 인근의 하천 물줄기가 크게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이는 경작을 위한 관개와 수확물의 운송체계가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1431년 크메르 왕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후 메콩강은 분절의 강이 되었다.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총 4350㎞를 흐르며 오늘날 6개국의 내륙을 적셔주긴 하나, 수많은 폭포와 급류들은 항로뿐만 아니라 강 양안의 교류마저 끊어 버린다. 19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역시 메콩강 항로를 개척하여 중국과 교역을 하려 했지만 가혹한 지형에 굴복하고 만다. 20세기 세계대전과 이념투쟁, 냉전과 내전의 격변기를 지나며 메콩강은 앙코르 문명의 어머니가 아닌 대결과 단절, 그리고 저개발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메콩강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수자원, 생물다양성, 물류, 농업개발 측면에서의 무궁한 잠재력이 입증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콩강이 동남아의 다뉴브 또는 나일이 되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제통합과 발전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 역시 메콩강의 개발과 경제통합을 신남방정책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국 순방은 아세안 10개국 방문 완료인 동시에 메콩 5개국 방문 완료라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9월 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메콩 강변에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메콩 비전에 잘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경험을 공유하는 번영’, ‘지속가능한 번영’,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 번영’이라는 3대 번영의 원칙에 따라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에서도 함께 이뤄내기 위해 수자원관리, 농촌개발, 삼림보존, 기후변화 대응 등 공동노력을 제안했다. 나아가 한국이 메콩강 지역의 연계성 증진을 위해 다양한 인프라 건설에 기여할 의지도 표명하였다.

분냥 라오스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였으며, 두 정상은 이렇게 함께 메콩강을 가꾸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의 Mai kha nhung 나무를 심었다.

국제하천 메콩강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공간이 될 것이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한-메콩 비전은 바로 우리가 가진 경험과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메콩 지역의 부흥을 돕고자 함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는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더불어 한-메콩 정상회의가 최초로 개최된다. 메콩 국가와의 협력을 향한 한국의 이러한 진정성이 축적되어, 신남방정책이 메콩 연대기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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