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드리운 586세대의 빛과 그림자

주진 기자입력 : 2019-09-05 17:44
똥파리라 불린 82학번..한국사회 핵심세력으로 자리매김
“조국 논란은 ‘586세대의 시대적 소임은 여기까지’라는, 종언을 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한 사회학자의 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586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세대는 산업화 태동기인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세대다. IMF 이후 한국사회 허리로서 탄탄하게 입지를 굳혔다.

특히 586운동권 인사들은 민주화운동 이력을 들고 정치권·법조계·기업 등 사회 곳곳으로 진출, 대한민국의 핵심 권력으로 성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의 봄’부터 ‘똥파리(82학번)’까지=

1970년대 반독재민주화투쟁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70년대 학번들이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하나둘 캠퍼스를 떠나자, 80년대 학번들이 이곳을 지키며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바로 ‘386’(지금은 ‘586’)으로 불린 세대들이다.

특히 ‘586’세대의 맏형격인 82학번들 가운데 서울대 법대 82학번은 한국사회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학창 시절 학교에서 ‘똥파리처럼 몰려다닌다’고 해서 일명 '똥파리' 학번으로 불렸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586 정치인들의 삶의 궤적과 정치 입문 경로는 제각각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수저 출신 조국은 사회주의 노동계급 혁명을 꿈꾸다 진보적 성향의 법학자가 됐지만, 흙수저 출신으로 서울대 언더서클에서 활동했던 원희룡은 1999년 유신·군부독재의 후예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배지를 달았다. '보수의 잔다르크'로 등극한 나경원 역시 자신의 출신 계급답게 졸업 후 판사로 활동하다 2002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 586세대, 시대적 소임 다했나?=

1990년대 중반 이래 당시 ‘386’으로 불리던 30-40대 운동권 인사들은 정치권에서 ‘젊은 피 수혈론’이 대두되자 진보적 가치 실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치에 대거 뛰어들었다. 그리고 낡은 정치를 비판하던 이들은 스스로 거대 권력집단이 됐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소장은 "586 진보 정치인의 도덕적 우월감과 선민의식에 놀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념과 진영 논리로 편 가르기 전쟁터가 됐다.

조국 후보자는 <성찰하는 진보>(2008년)에서 "겉으로는 공정을 말하면서도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우리 자신의 의식과 행태에 반성을 촉구한다"고 썼다.

책 <386세대유감>의 저자들은 586세대가 사회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부동산투기 광풍과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사회양극화와 불평등의 고착화 같은 각종 병폐가 쏟아졌다고 비판한다. 

이제 ‘N포세대’라 불리는 미래 세대들은 '꼰대'로 전락한 586세대에게 되묻는다. 과연 자신들이 꿈꿨던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었느냐고. 구시대의 막내가 될 것인지, 새 시대의 맏형이 될 것인지는 이제 586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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