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미래 언어’…전공 언어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 언어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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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9-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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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T·스탠퍼드대 벤치마킹 해 AI교육 대중화에 주력

  • 어문학과는 ‘언어학’에 AI 도입하고 예술 분야도 SW·IT기술 접목해 융합

  • AI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윤리적 영향도 고려해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사진=남궁진웅 기자]

“인터넷 보급 후 20년 만에 누구나 스마트폰과 PC로 공부하듯, 이제 곧 전공에 상관없이 AI를 이해하고 AI와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성균관대는 생물학·기계공학 등 공학뿐만 아니라 경영학·사학 등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도 인공지능(AI)이라는 미래 언어를 배워 연구에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중 언어자’가 되도록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AI’. 성균관대에서 AI는 이미 학생들 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대학에서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AI DNA를 학생들에게 이식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AI는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 학생이 사용할 ‘미래 언어’

특히 인문계 학생들에 대한 신 총장의 애정이 남다르다. 사연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총장은 신임 총장 선임 발표가 나고, 인문계열 학생 한 명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소프트웨어(SW) 전공 교수가 총장이 돼 반갑다면서 인문계를 위한 SW, AI 수업을 열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평소 강조하던 것을 학생에게 듣게 돼 감동이 컸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성균관대 역사상 첫 공대 출신 총장이다.

신 총장은 SW대학장과 논의해 지난 학기에 인문계 학생을 위한 ‘인공지능응용1’ 과목을 개설했다. 이 수업에서는 ‘시각정보인식을 위한 콘볼루션신경망(Convolutinal Newral Networks)’라는 컴퓨터언어를 배운다. 또 스탠퍼드대에서 진행하는 딥러닝 기반 영상강좌 ‘cs231n’을 각자 보고 와서 수업시간에 교수와 토론하며 궁금증을 해소한다. 동아리 수준으로 모여 AI를 공부하던 학생 12명이 이 과목을 수강했다. 그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과목을 맡았던 교수는 인문사회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세미나를 열어 동료 교수들에게 AI과목 교수법을 전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AI교육을 강조하는 신 총장이 벤치마킹 사례로 드는 학교는 MIT와 스탠퍼드대다. 두 대학은 인문사회 전공자에게도 적극적으로 AI를 교육하고 있다. 멜리사 노블스 MIT 인문·예술·사회학과장은 “미래의 기술이 인문학에 생존의 길을 찾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학과 통폐합 등 밝지 않은 미래를 앞둔 인문대에 AI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신 총장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불문학, 러문학 등을 예로 들며 문학만 하는 ‘학과’를 넘어서 ‘AI 언어학’을 고민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 전망했다. 그는 “예전 통역에서는 ‘배’를 놓고 타는 배, 먹는 배, 사람의 배 구분을 못했지만 AI를 활용하면 맥락 안에서 읽어낼 수 있다”며 “불문과, 러문과 등 6~7개 어문학과가 새로운 AI 언어연구소를 도입해 말뭉치에 대해 공동연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 영역에서도 신 총장은 “연극과 영화가 종합예술이지만 융합에 해당하고, 요새는 더더욱 SW와 IT가 접목돼야 더 풍성해진다”며 “이 과정에서 다른 전공 학생들과 같이 협업을 하면서 소통 경험이 쌓이고 문제해결 능력이 키워진다”고 진단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사진=남궁진웅 기자]

◇AI 교육 대중화는 ‘온라인’으로…신설된 융합학부 학생 호응 좋아

더 많은 학생들이 AI를 배울 수 있도록 신 총장은 온라인 강좌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학생들은 소통도 사이버 공간에서 하니까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온라인 공개 강좌인 무크(MOOC)처럼 20분 정도 비디오 강의를 듣고 테스트를 거쳐 다음 강의로 넘어가는 방식이 그의 머릿속을 맴돈다. 100명이 수강하는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다만, 1만명이 듣는 온라인 강좌에선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를 가르쳐주는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총장은 "미래에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학습하도록 해야한다"며 "그 툴 중에 하나가 바로 AI"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AI 센터를 개소해 모든 학생들이 AI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추진중이다.

계열에 무관하게 AI 교육을 강조하는 성균관대의 학풍은 2016년부터 전교생 대상으로 시작한 SW의무교육 덕분이라는 평이다. 신 총장은 “모든 성균관대 학생들이 SW, AI,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추고 졸업해서, 자신이 취업한 분야의 문제를 전공능력과 SW스킬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도록 창업융합교육 프로그램인 ‘Global C-School’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장 중심의 교육커리큘럼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무(無)학과 체제로 운영되는 ‘글로벌 융합학부’도 신설했다. 인문·사회·자연·예술계열 학생 71명이 하나의 전공에 매몰되지 않고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학습하고 있다. 다만, ‘인포매틱스’, ‘데이터사이언스’, ‘컬처앤테크놀로지’ 등 융합학과를 세부적으로 둬서 새로운 분야 학습을 돕고 있다. 복수전공 신청자도 197명으로 학생들 호응이 좋다.

◇AI 기술과 윤리…2040년, Strong AI 시대 대비해야
지난 1월 페이스북은 뮌헨기술대에 750만 달러를 출자해 AI윤리연구소를 신설했다.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가 등장하고, 트위터로 확산되는 데 이어 유튜브에서 선정적인 어린이 비디오가 파문을 일으키는 등 AI 관련 부작용이 잇따르자, AI 지침 제시를 목표로 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

신 총장 역시 기술과 가치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조정되고 검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는 “공학만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인간 본위의 가치가 정립돼야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AI처럼 큰 영향력을 지닌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에 윤리적으로 그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글로벌 융합학부를 신설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데이터사이언스, AI융합, 문화기술을 배우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기술을 해석하면, 기술이 자칫 등한시 할 수 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 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가 갖고 있는 AI에 대한 신뢰다. 인간을 배려하는 기술자, 기술을 이해하는 인문전공자가 바로 AI윤리 전문가 영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사진=남궁진웅 기자]

AI윤리 전문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데이터 중립성’이다. 그는 AI 하면 기술을 먼저 생각하는데,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차별, 인종차별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차별된 결과를 도출한다. 데이터의 중립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신 총장은 이번에도 간단한 해답을 건넸다. 그는 “방법은 두 가지로 AI 알고리즘의 중립성을 테스트하는 방법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저마다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하기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증기관을 설립해서 상용화 전에 샘플 데이터를 넣어 인증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개발자에 대한 윤리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AI는 ‘Weak AI(약인공지능)’와 ‘Strong AI(범용인공지능)’로 나뉜다. 주식 예측이나 알파고의 바둑 등 한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는 것이 Weak AI다. 반면, 여러 분야에서 순식간에 판단하는 등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를 Strong AI로 지칭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언급했던 ‘빅 브러더’처럼 Strong AI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AI와 바이오가 결합되면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2040년을 Strong AI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신 총장은 모두가 지금부터 AI를 학습해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인류와 AI가 비슷하게 가지만, 인간의 특이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Strong AI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인간과 협력하는 모드로 제어하려면, 예술·사회학·정치학·경제학 할 것 없이 모든 분야 전공자가 AI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가 미래를 위한 최고의 결정을 내리게 하려면 인문학·사회학·법학 전공자들이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며 "AI는 더 이상 기술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성균관대 역사상 첫 공대 출신 총장이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사, 미 조지아공과대에서 박사를 했다. 대우중공업, 삼성데이터시스템 등 산업계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6년부터 20014년까지 정보통신대학장을 맡았고 성균관융합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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