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회가 개미에 해줄 일

이보미 기자입력 : 2019-08-21 01:00

 

풍년 거지는 더 서럽다. 개미로 불리는 수많은 주식투자자도 같은 심정이겠다. 우리나라 주가지수만 뒷걸음쳐 왔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은 올해 많게는 20% 넘게 뛰었다. 우리나라를 수출 규제로 위협하는 일본 닛케이도 3%가량 올랐다. 반대로 8월 들어 새로 쓴 코스피 연저점은 2018년 말보다 8%가량 낮았다.

국회는 이름 없는 개미에게는 아랑곳없다. 개미나 금융투자사가 주목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얼마 전까지 150일 넘게 멈춰 있었다. 뒤늦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수많은 자본시장 관련법안 가운데 하나를 처리했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가 해당법안 알맹이였다. 역내 회원국끼리 금융투자상품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해준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 본회의를 모두 넘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정부는 두 달 전쯤 증권거래세율을 0.30%에서 0.25%로 0.05% 포인트 내렸다. 예를 들어 주식 100만원어치를 판다면 과거보다 500원을 아낄 수 있다. 주식투자자는 도리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조원 남짓에 머물고 있다. 2년 반 만에 최저치다. 반대로 잘나가는 해외 주식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는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더해 국회도 제때 주식투자를 늘려줄 법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커졌다. 미·중 무역분쟁은 꼬였다 풀렸다를 되풀이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를 '백색국가'에서 뺐다.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돼 경기침체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홍콩 시위는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제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뿐 아니라 '항인치항(홍콩은 홍콩 사람이 다스린다)'까지 외친다.

"이번 국회에서 물 건너가면, 언제나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 개미만 답답한 게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불만이 많다. 20대 국회는 임기를 마치기까지 여덟 달도 채 안 남았다. 총선이 내년 4월이라 실제로 일할 날은 이보다 적을 거다.

쌓여 있는 자본시장 관련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법안심사소위조차 못 넘은 중요한 법안이 많다.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통과돼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안이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도 목을 빼고 기다려 왔다. 자본시장만 잘 돌아가도 해마다 국회를 마비시키는 추경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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