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경제 상반기 점검] F학점 성적표 수출…"품목·지역 다변화 알지만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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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6-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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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수출 양대 축 반도체·중국 부진에 수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확실시

  • "고부가가치 서비스 지향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 합류…수출 다변화 구체적 실행 계획안 필요"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

올해 1월 1일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수출 실적을 발표하며 내건 목표다.

한국 수출은 2018년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가 6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다.

이처럼 수출이 지난해 A학점 성적표를 받아들며 한국경제를 이끌었지만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올해 성적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즉 반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6월 역시 지난 20일까지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7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 된다.

이미 올해 수출 6000억 달러는 힘들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5692억 달러로 떨어지며 다시 5000억 달러대로 내려앉는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다소 완화되겠으나 수출단가 하락, 반도체 수출 감소 여파, 전년도의 기저효과 등으로 연간 전체로는 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7.5%, 하반기 -4.3%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역시 27일 내놓은 '2019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서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6.4% 감소한 5660억 달러, 수입은 4.1% 줄어든 513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급격한 추락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 주력품목의 수출단가 하락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중국이 흔들렸다는 말이다.

수출가격이 하락한 반도체와 또 다른 '수출 효자품목'인 석유 관련 제품이 상반기 전체 수출 감소에서 80% 이상을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총수출 감소세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지난달만 놓고 봐도 반도체 수출은 76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 D램 현물가격(4Gb)은 올해 1월 3.02달러에서 5월에는 2.10달러까지 떨어졌다. 특히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35.3% 감소한 48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기업 제재 등 대외적인 통상여건이 나빠지면서 5월 대(對)중국 수출은 20.1% 감소했다.

반도체와 중국이 부진해지자 수출 전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이는 특정 품목과 특정 지역에 편중된 한국 수출의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6%에서 2018년 20.9%로, 중국은 2016년 25.1%에서 2018년 26.8%로 증가하는 등 수출 포트폴리오가 반도체와 중국에 집중됐다.

정부는 지난 3월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당시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하며 반전을 꾀했다.

대책의 골자는 무역금융 규모를 지난해보다 15조3000억원 늘린 235조원을 투입하고 수출 마케팅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수출기업 절반(4만2000개) 정도에 3528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대책을 발표할 때 자금난을 겪는 수출기업들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려주는 것과 수출 판로를 개척해 준다는 점은 업계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 수출이 흔들리는 이유가 중국 등 세계 경기둔화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외부 요인이 커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당시 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수출 대책은 수출기업 애로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가격 및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수출 부진을 당장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론적이지만 반도체 이외의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미·중에 편중된 수출 지역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이는 정부나 전문가 등 모두가 알고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너무 특정 소수 품목에 의존하는 수출을 구조적으로 다른 수출 주력 품목으로 길러야 한다"면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쉽게 다른 품목들이 수출이 잘 됐으면 왜 가만있었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변화를 우리가 하고 싶지 않아서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적인 트랜드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수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지향하는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에 합류해야 하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술력을 통한 구조개선과 시장 재편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수출 다변화 차원의 방향성만 제시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안을 충분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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