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영화도 주식도 '미닝아웃'해야

이민지 기자입력 : 2019-06-23 18:16

 

영화가 끝났다. 이미 예매돼 있던 극장 좌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미닝아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신념과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사는 소비자 운동 가운데 하나다. 영화를 못 보러 가도 예매율을 높여주려고 표를 사기도 한다. '걸캅스'와 '미쓰백'은 미닝아웃 덕을 본 영화다. 두 영화는 극장가에서는 드물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못 보았지만 영화표는 샀다"는 인증 글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다.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더라도 만족하면 그만이다.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를 따져 투자하는 ESG 펀드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상품으로 여겨졌다. 환경을 덜 오염시키고, 남녀 고용비율을 비슷하게 맞추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꾼다고 돈을 더 잘 벌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ESG 펀드는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ESG 지수를 내놓았다. ESG 지수는 올해 3월까지 15개월 동안 MSCI 세계지수와 신흥국지수를 저마다 약 2% 포인트와 1% 포인트 앞섰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면 돈을 더 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ESG 펀드는 선진국 일부를 빼면 걸음마 단계다.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ESG 펀드 투자비율을 전 세계적으로 집계했다. 유럽과 미국은 저마다 53%와 38%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 일본은 모두 5%를 밑돌았다. 더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는 1%도 안 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시한 공모펀드 수는 4000개를 넘는다. 이 가운데 ESG 펀드 수는 30개 미만이다. 이마저도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합친 숫자다. 선진국에서는 SRI와 ESG를 나누지만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는다. SRI 펀드나 ESG 펀드 자체가 드물어서다.

갈 길이 멀다. ESG 펀드는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코드)과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탁자책임원칙을 도입한 기관투자자부터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따져서 투자해야 한다. 미닝아웃 바람은 주식시장을 투자자에게 이롭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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