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1) 철이 아닌 첨단을 주무르는 '피츠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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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노경조 기자
입력 2019-06-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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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기업·대학 등 도시재생 협력 돋보여

  • 제철소·수변공간, 쇼핑·문화공간으로 변신

  • 로봇·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 연구 활발

도시재생이 하나의 큰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도시재생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살리는 다양한 시도로 헌집을 부수고 새집을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르다. 낡고 오래된 건물과 유휴공간을 고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데 목표를 두고,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는 도시로 가꿔나간다. 특히 낙후된 도심을 복원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예술을 입혀 도시의 활기를 되찾게 하는 '도시재생' 방법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우리보다 먼저 도시재생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관광 자원화에 성공한 해외 선진국의 도시계획 수립 전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델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Live & Work, Play”...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

1. 철이 아닌 첨단을 주무르는 '피츠버그'
2. 마천루와 도시재생의 조화 '뉴욕'
3. 청년 스타트업의 산실 '팩토리 베를린'
4. 노후 항만을 최첨단 복합도시로 '함부르크 하펜시티'
5. 한국 도시재생 해답, 도쿄 '롯폰기 힐스'서 찾다
6. 정부가 움직이는 싱가포르 도시재생

"미국 내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446개의 다리(교량)가 있습니다. 모두 철로 지어졌죠. 멋지지 않나요?"

과거 철강산업으로 부흥했던, 오늘날에는 공공-민간 협력 도시재생의 표본으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피츠버그시(市). 앨러게니 강(江)과 머논가헬라 강, 오하이오 강 등 3개의 강이 만나는 이곳에 발을 들인 후 처음 들은 피츠버그에 대한 설명이다. 앤디 워홀 브릿지, 레이철 카슨 브릿지, 로베르토 클레멘트 브릿지 등 다운타운에서 강 건너편으로 뻗어나간 노란색 철교들이 눈에 띈다.
 

듀케인 인클라인 위에서 본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시 전경. [사진=노경조 기자]


◇피츠버그의 변신은 '무죄'

야구선수 강정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우리 귀에도 익숙해진 피츠버그는 엄연한 산업 도시다. 관광 차원에서는 여행사 가이드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입국 심사 때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다고 말하면 미심쩍은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오늘날 피츠버그는 주요 산업군이 철강에서 '로봇', '자율주행차'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도시재생이 있다.

피츠버그에서의 철강산업은 1875년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철강산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1911년에는 미국 전체 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철강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산업 재구조화로 인해 철강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됐고, 빈 자리를 교육·의료서비스에 이어 4차 산업이 채워나가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시정부와 입주 기업, 대학교, 지역주민 등 도시 전체의 노력이 주효했다. 삶의 질을 높여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만드는 게 하나의 목표였다. 이들은 산업 폐기물이 넘쳐나던 수변공간을 정화·공원화하고, 일대 옛 제철소 부지에 쇼핑몰을 세웠다. 레저시설, 스포츠경기장 등도 구축했다. 전망대를 오르내리는 인클라인만이 철강산업 시대의 잔재로 남았다. 화물과 노동자를 실어나르던 인클라인은 이제 하나의 관광 코스가 됐다.
 

옛 제철소 자리에 쇼핑몰 등이 들어선 사우스사이드 웍스(Southside Works) 모습. [사진=노경조 기자]


실제 사우스사이드 지역 사우스사이드 웍스(SouthSide Works)에는 오래된 제철소가 있던 곳에 쇼핑몰 등이 들어섰다. 시에서 1000에이커 이상의 해당 부지를 사들여 개발한 결과다. 홈스테드 지역의 더 워터프론트(The Waterfront) 쇼핑몰 자리도 한때 미국에서 가장 큰 제철소가 가동되고 있었다. 쇼핑몰 주변에는 상점과 식당, 레저시설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체류 기간 중 방문했을 때에는 비 내리고 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 평일 오후였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대학, 후원하는 정부
피츠버그는 2010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선정됐다. 도시재생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츠버그대학교(Pitt), 카네기멜론대학교(CMU)와의 산학 협력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CMU는 철강왕 카네기가 사회에 환원한 이익금을 바탕으로 설립됐으며, 모든 이에게 개방된 카네기도서관,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카네기자연사박물관 등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피츠버그 교육·문화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해온 셈이다.
 

카네기 자연사박물관 외부에 설치된 공룡 구조물. [사진=노경조 기자]


도시재생을 위해 Pitt와 CMU가 연구개발(R&D)에 지출한 비용도 각각 8억6100만 달러, 2억4200만 달러에 달한다. 두 대학은 지대한 역할 만큼 자부심도 대단했다. 저스틴 카셀(Justine Cassell) CMU 교수는 피츠버그 도시재생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며 "컴퓨터공학대학의 성장이 민-관 합작의 대표적인 예"라고 전했다. 로봇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CMU는 지난해 가을 학기에 인공지능(AI) 학사 과정을 최초로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내 연구소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차량공유기업 우버는 4차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피츠버그에서 시작하고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다. '앗' 하고 인지하는 순간 지나가는, 도로 위 지붕에 센서를 단 차량을 간간히 볼 수 있다. 포드가 출자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파트너도 피츠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로봇, AI 등 관련분야 인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글 또한 피츠버그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베이커리 스퀘어에 입주해 있는 구글을 중심으로 일대 우범지역이 번화가로 변모했다. [사진=노경조]


조화롭게도 정부는 먹거리를 찾아나선 기업과 대학들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교육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톰 머피(Tom Murhpy) 전 피츠버그시장은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형 도시재생'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예전에는 제철소에서 일하면 됐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낮았다"며 "개발 방향에 이런 점들을 반영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구심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톰 머피 전 시장은 피츠버그 도시재생의 핵심 인물이다. 현재는 글로벌도시부동산학회(Urban Land Institute, ULI)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시장으로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던 당시 인구 감소로 인해 부족해진 재원은 정부가 먼저 인프라에 투자하는 '파이낸스(Finance)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 유치에 힘써 일자리 창출과 함께 법인세, 소득세 등이 자연스럽게 납부되도록 했다. 그는 "몇 백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단 하나의 부정부패도 없었다"며 "청렴도도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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