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1세기판 쇄국정책, 암호화폐의 신음

안선영 기자입력 : 2019-06-12 05:00
2년 넘게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제발 우리 산업 좀 규제해 주십시오"라는 읍소였다. 협회는 물론이고 거래소 대표, ICO(암호화폐 공개)를 준비 중인 개발자들까지 한목소리였다.

규제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이 오히려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아이러니라니. 그만큼 업계는 정부의 관심과 정책에 목말라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의 규제방안과 활용법을 고심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잇따른 해킹 사건에도 그저 이 상황이 하루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똑같이 대규모 거래소 해킹 사건을 겪은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했다. 엄격한 심사와 법안을 만들어 '암호화폐를 통한 혁신'과 '소비자 보호'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를 투기판으로 보는 동안 일찌감치 암호화폐에서 혁신을 찾은 일본은 오는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함께 자국에서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자리를 만든다.

일본에서 암호화폐는 이미 '결제수단'에서 '금융자산'으로 성질이 바뀌었다. 개최국으로서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등 암호화폐 규제 정비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다.

글로벌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우리 정부도 기준을 따라야 하는 만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 논의 등 후속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예상한다. 야당이 특금법 통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글로벌 차원의 규제만 추가되고, 업계는 오히려 더 모호해지는 '무법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글로벌 기준안이 사실상 시장 확대보다 거래사이트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 의무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대형 거래사이트 위주로 계좌를 발급할 가능성이 커 중소거래소는 무더기 도산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21세기판 쇄국정책'으로 세계흐름을 막고 있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혁신을 하려는 생각일까. 선진국의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업계를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로 만든 채 입을 다물고 있는 정부에 묻고 싶다, 대책이 있기는 있는지.

 

[사진=개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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