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당신이 구조조정 앞둔 부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원승일 기자입력 : 2019-06-02 14:57
영업기획부 모 부장이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명단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선뜻 결정을 못 하는 부장에게 회사는 “정리해고 명단에 당신 이름을 올려도 된다”고 압박한다. 50세를 넘어 정년퇴직이 가까워진 그는 결국 7년차 젊은 대리를 명단에 올린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부는 상황을 재연했다. 그 속에는 일자리를 둘러싼 장년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갈등이 녹아 있다.

정부가 정책 과제로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인구구조 변화 추세를 볼 때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이 수면 위로 오른 데는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빈곤 문제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노인빈곤 완화가 매우 중요하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정년 연장이 고령층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는 물론, 노후 준비 시간을 벌 수 있어 노인 빈곤 문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는 곧 고용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동적으로 연봉이 오르게 돼 있는 현재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상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정년이 연장된 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면, 기업은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 구직자들에게 돌아간다.

임금체계 개편과 청년 고용대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정년 연장은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장년층이 경쟁하는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노인 고용촉진 방안 중 ‘재고용’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일본 기업은 근로자가 55세가 됐을 때 동일한 임금 수준으로 60세에 정년퇴직하거나 낮은 임금으로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도록 선택하게 한다.

재고용 시 파트타임 고용도 가능하고 임금이나 처우도 조정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어 신규 채용 여력도 생긴다. 일본은 고용 가능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신이 구조조정을 앞둔 모 부장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정년 연장을 선택지로 보기에, 현재로서는 감당해야 할 개인적(가족), 사회적(세대 간 갈등) 무게가 버겁다.
 

원승일 경제부 기자[사진=원승일 기자]


창간12주년 이벤트 아주탑골공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창간12주년 이벤트 아주탑골공원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