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박종규 KSS해운 고문 ‘직원이 주인인 회사’ 출간…“한국에 깨끗한 회사 하나쯤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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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5-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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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리베이트 없는 투명한 회사 만드는 데 전력

  • 1970년부터 25년간 회사 이끌다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줘

  • ‘성과공유제’ 도입해 직원들 자발적 참여 유도

“우리 회사가 가족회사보다 더 오래가고 발전해야 하는 것은 세습경영보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우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를 해운업에 바친 박종규 KSS해운 고문의 일갈이다. 창업 초기부터 직원을 동업자로 인식한 그는 △이익분배 △사주조합 창달 △투명경영 △전문경영인 체제 등으로 기업을 일궈냈다.

박 고문은 1960년 대한해운공사에 입사해 10년간 선반 건조와 도입 업무를 전담한 그는 1969년 KSS해운을 창업했다. 석유화학, 가스운송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년간 매출대비 1할 이상의 연속 흑자로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홍성사 刊, 2019.5)는 한편으로는 자서전으로 읽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해운사의 궤적이다. 대한해운공사시절부터 KSS해운의 오늘까지 해운업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박 고문이 헤쳐온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진=KSS해운]

책은 박 고문이 월급쟁이 시절의 경험담으로 시작해 첫장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정보부 요원을 설득한 우리사주 100주 사기 운동부터 34세에 실업자가 돼 창업을 하는 과정, 배를 담보잡고 화물을 운송하는 발상의 전환까지, 책은 시종일관 흡입력 있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박 고문이 존경하는 인물은 유일한 유한양행 사장이다.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투명한 회계처리, 사주조합 창설, 전문경영인 체계를 이뤄냈다. 박 고문은 유일한 사장을 모델로 삼아 큰 기업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사업권 취득부터 금융 조달까지 비자금이 안 들어갈 수 없는 시대 변화에 부딪혔다.

결국 그의 선택은 ‘작지만 깨끗한 기업’이었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깨끗한 회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한국에 이런 회사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돼 내가 해야할 운명처럼 느꼈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과연 그의 말처럼 KSS 해운은 리베이트 없는 투명한 회사로 성장했다.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하지도 않았다. 성공한 회사 대부분이 가족기업인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인 사례다. 재벌 3세의 갑질 폭로로 대한민국 경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21세기에, 박 고문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에 기업이 가야할 제3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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