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메모리 십년대계'···中企와 함께 생태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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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9-04-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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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점유율 60%···한국은 中에도 밀려

  • 10년 대규모 투자로 수익구조 다변화

  • 중소 팹리스와 협업 등 동반성장 나서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시장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는 10년 단위 계획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 육성 계획 이후 장기비전을 내놓은 것은 9년 만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편중 구조 해소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끌고 있는 국내 반도체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대규모 설비 투자 등 자본을 집중해 새로운 버전의 메모리를 구현해 이를 대량생산, 판매하는 체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의 미세공정 고도화 등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왔다. 그 결과 이 시장에서 양사의 합계점유율은 60~70%로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지난해 한국의 점유율이 4%대로 세계 1위인 미국(60.1%)은 물론 중국(5.0%)에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연산, 논리 작업 등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고도의 회로 설계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메모리는 2만 종류가 넘는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 대규모 시설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 체제에 나섰던 한국식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꼽히는 곳은 퀄컴,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다. IT 기기의 두뇌 격인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이, 통신 반도체는 퀄컴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 등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조감도. [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와 협업 통해 목표 달성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업을 공언하고 나섰다. 시장 후발 주자인 비메모리 분야에서 홀로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강자들을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운영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에 속하는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공장 없이 설계와 판매만 하는 것) 업체들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는 지금까지 수준 높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삼성전자는 위탁생산 물량 기준을 완화하고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자산(IP), 설계·불량 분석 툴(Tool) 및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해 동반 성장에 나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인텔, 퀄컴 등 해외 대형고객사에 집중해 오던 사업 구조를 국내 팹리스 업체들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머리카락 10만분의1 굵기)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앞세워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 등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등에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비메모리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시장이 대폭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기준으로 비메모리 시장은 약 355조원에 달한 반면, 메모리 시장은 약 189조원으로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공급과잉 등으로 가격하락에 시달리는 메모리와 달리 비메모리는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강석주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이미 D램 위주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메모리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을 비메모리 시장에도 적용함과 동시에 막대한 자본도 투입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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